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 중인 SK하이닉스가 공장 설립 지연에 따른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지 매입 작업이 늦어지면서 발표 후 3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하지 못해 신공장을 2026년 가동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과도한 토지 보상 요구와 각종 행정 규제로 공장 건설에 6~7년이 걸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K반도체’의 경쟁력이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약 없는 용인 클러스터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28일 열린 2021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용인에 공장을 세울 수 있는 시점이 미뤄진다면 다른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고, 실제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단지 조성과 토지 매입은 특수목적회사(SPC)가 하고 있고, 우리가 분양받아야 착공할 수 있어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며 “우리가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사업계획이 확정된 프로젝트다. 지난해까지 토지 보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3월부터 산업단지 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주민 설득과 인허가 절차 지연으로 착공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공장의 효율을 높이거나 기존 보유 부지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 절차가 마무리된 토지는 이날 기준으로 전체 부지의 12% 안팎이다. 용인도시공사 관계자는 “토지보상 완료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며 “상반기 안에 보상 조건을 수용위원회에서 조정해주는 토지수용재결을 신청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클러스터 부지인 원삼면 일대 주민은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하면서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클러스터 사업 관계자는 “토지 감정 가격은 법으로 정해져 있기에 ‘위로금’ 명목으로 추가 보상을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위로금을 올리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인도시공사의 목표대로 상반기 중 토지수용재결을 신청하면 일러도 하반기에나 토지보상이 끝난다. 현실적인 착공 예상 시점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라는 얘기다. 후발주자들이 먼저 공장 돌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2019년 시작됐다. SK하이닉스의 목표처럼 2026년에 공장을 가동한다고 해도 부지 선정에서 가동까지 7년이 걸리는 셈이다. 공장 건설에 걸리는 시간이 2년여인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세 배 정도 진도가 느리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기로 한 파운드리 공장이 정반대 사례로 꼽힌다. 부지 면적이 495만8700㎡(150만 평)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416만㎡·126만 평)보다 넓은데도 건설 기간은 2년6개월에 불과하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 대만 타이중, 일본 구마모토에 짓기로 한 파운드리 공장 등도 공사 기간을 2년 안팎으로 잡고 있다. 이 공장들은 투자 결정이 늦었음에도 SK하이닉스 용인 사업장보다 2년 먼저 제품을 생산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는 경쟁사들과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면 앞선 기술력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