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단 확진 숨기고 '文 외유 반박'에 바빴던 靑

입력 2022-01-28 15:52
수정 2022-01-29 01:09
“이런저런 일들이 꽤 많이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쳤는데 (수행원으로) 잘 다녀왔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이 순방 이후 3일 동안 재택근무한 것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아프시거나 그런 건 아니다”고 했다.

이날은 마침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계획됐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취소된 날이었다. ‘혹시라도 중동 순방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탁 비서관은 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청와대 참모도 마찬가지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신년 기자회견 취소와 관련해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는 이유만 밝혔을 뿐 확진자 발생 여부는 함구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시치미를 떼고 있었음은 순방단 귀국 6일 만에 밝혀졌다. 순방단은 22일 서울공항 도착 직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온 뒤 기자단이 ‘순방단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느냐’고 문의했지만 청와대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관련 언론보도가 나온 28일에서야 확진자 발생을 시인했다. “극소수의 인원이 확진됐을 뿐 그 이상 번져 나가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변명이 뒤따랐다.

탁 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들이 ‘무사’하고, 문 대통령이 확진되지만 않는다면 순방단 확진자 발생 여부나 신년 기자회견 취소의 내막은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 방침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당장 야당은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국민은 알 필요 없다는 것이냐”(함인경 국민의힘 선대본부 부대변인)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 참모들은 그동안 방송까지 출연해가며 “문 대통령을 만나자고 요청하는 국가가 30개 이상 줄을 서 있다”(박 수석), “여행 같은 순방을 다닌 야당과 내막을 모르는 일부 모자란 기자가 순방만 다녀오면 ‘관광’ ‘버킷리스트’ 하는 말들을 쏟아낸다”(탁 비서관)는 등 문 대통령을 향한 ‘외유 순방’ 의혹에는 연일 반박의 목청을 높여 온 터였다.

지난 중동 순방 일정에는 ‘K팝 콘서트’ 관람도 있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관중으로 가득 찬 공연장에서 싸이의 춤과 노래를 감상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안방에 전해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뒤늦게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