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회사에 기여한 게 뭔가?"…결혼 잔소리 이긴 '스트레스'

입력 2022-01-30 08:15
수정 2022-01-30 08:28

연봉 협상 날. 첫 순번으로 들어간 이 대리를 향해 사장이 던진 첫 마디는 "작년에 우리 회사에 기여한 기여도가 얼마라고 생각해?"였다.

똑 부러지는 성격의 이 대리는 "많다"고 대답하며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열거했다. 핵심은 다른 직원들이 대체할 수 없는 업무 위주로 말하는 것. 그리고는 연봉 3400만원을 제시했다. 현재 연봉에서 400만원을 올린 거였다.

그러자 사장은 대뜸 "원래 해야 될 일을 당연히 하고 있는건데 급작스럽게 올려야할 이유가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이 대리가 "원래 하던 일을 구멍 없이 잘 처리하지 않았냐"고 응수하자 사장은 계산기를 두드린다. 회사가 어렵다는 하소연에 연봉은 3000 이상 3400 이하 그 사이 어딘가로 책정됐다.

한 집안의 가장인 이 과장의 연봉은 3200만원. 사장은 이 과장에게도 "작년 성과가 뭐냐"고 물었다. 말 주변이 없는 이 과장은 머뭇거리며 자신이 한 일들을 열거했다. 사장은 "약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100만원만 올려달라는 이 과장의 하소연에도 결국 연봉은 동결됐다.

왓챠 오리지널 '좋좋소'에 나오는 '웃픈' 장면이다. 직장 생활의 애환을 그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좋좋소'는 최근 시즌4를 시작했다. 인기 동력은 시청자들의 공감이다. 시청자들은 "공감되니까 욕도 나오고 눈물도 나온다", "중소기업 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좋다", "특히 연봉 에피소드는 레전드다"라며 호평을 보냈다.


그렇다면 실제로 연봉은 직장 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571개사를 대상으로 '이직 전염'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의 10곳 중 4곳(35.4%)에서 연쇄 퇴사 현상이 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 '연봉 등 보상체계가 안 좋아서'(51.5%)가 1위로 꼽혔다.

퇴사자들의 직접적인 사유 역시 '연봉을 더 높이기 위해'(21.4%)가 가장 많았다. 이어 '평가·보상에 대한 불만'(17.7%), '사회적 명망과 규모가 더 큰 회사로의 이직'(14.5%),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14.5%), '성장 가능성, 비전이 없어서'(11.6%) 순이었다.

기업들 역시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연봉, 성과금 인상'(44.3%)를 가장 우선적인 정책으로 꼽았다. 이어 '성과보상 체계 개편'(32.7%), '회사 비전 공유 및 소통 프로그램 확대'(25.9%),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개편'(22.1%)', 'HR 부서의 역할과 권한 강화'(10.7%) 등이었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듣기 싫은 말로도 연봉 질문이 결혼 잔소리를 넘고 1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미혼남녀 244명(남 199·여 125)에게 '이번 설이 마냥 즐겁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봉 등 직장 관련 질문'(45.4%)이 1위로 꼽힌 것. 부동의 1위였던 '결혼·연애 관련 질문'(31.7%)은 올해2위로 밀려났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