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원·달러 환율은 시장이 열리자마자 1200원을 돌파했다. 치솟는 환율에 외환당국에도 긴장감이 돌았다. 환율이 치솟으면 수출엔 도움이 되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거세질 수도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이날 환율 급등세 진정을 위한 발표를 내놨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기자회견 후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다만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직접 개입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당국의 경계감에도 이날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5원10전 오른 1202원8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7월 20일(1203원20전) 후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이 뛰는 것은 미국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6일(현지시간) 연 1.873%를 기록해 전날보다 0.091%포인트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빠져나간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6000억원어치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조 단위 주식 매물을 쏟아낸 것은 작년 8월 13일(약 2조7000억원 순매도) 후 처음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무역수지 악화 전망도 환율 오름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의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작년 12월 5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20일에도 56억3000만달러 적자를 이어갔다. 이달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정부재정과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12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1200원 선 아래에서 진정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한은도 금리를 높이고 있어 한·미 금리차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해 위기 때의 환율 수준인 1200원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