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대응이 우크라이나 사태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해 서면 답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이날 벨기에 러시아대사관에 비슷한 내용의 답변서를 전달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주요 요구에 대해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과 NATO에 인근 국가들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을 것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옛 소련 국가들의 NATO 가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전달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외교적 방안을 제시했고 선택은 러시아가 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외교와 대화의 길을 택하든 침략을 결정하든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아직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가 앞으로 후속 회담을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대정부 질의에서 “건설적 답이 뒤따르지 않고 서방이 공세적인 노선을 지속하면 러시아는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금부터 2월 중순 사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의회는 이날 군사 기술적 대응 조치를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등과 ‘노르망디 형식’의 4자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휴전 유지 약속을 재확인했다. 다만 러시아 대표로 참석한 드미트리 코자크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지 지역 휴전에 관한 것”이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긴장과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