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40% 상각 처리 했다. 상장폐지 여부가 명확히 결론난 것은 아니지만 사상 초유의 횡령이 발생한 만큼 이전과 같은 가치를 받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상각에 따라 타임폴리오운용의 펀드는 일부 판매사에서 판매가 재개됐다.
27일 타임폴리오운용은 지난 26일부로 펀드가 담고있는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일제히 40%씩 상각했다고 밝혔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사모헤지펀드 등 타임폴리오운용이 운용 중인 펀드 전체가 대상이다. 거래정지 전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14만2700원이었으나, 타임폴리오운용은 상각에 따라 오스템임플란트의 평가가격을 8만6658원으로 절하했다. 40%의 손실을 미리 반영한 셈으로, 펀드 가입자의 수익률도 그만큼 깎였다. 대신 거래가 재개되고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가 8만6658원을 웃돌면 타임폴리오운용은 그만큼 평가이익을 올리게 된다.
타임폴리오운용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횡령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거래 정지 이전의 수준으로 가치를 계속 반영하는 건 옳지 않다는 판단 하에 상각을 결정했다"며 "상장폐지가 결정된 것도 아니고 거래정지 상태이긴 하나 거래정지가 오래 이어질 수 있어 미리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상각에 따라 타임폴리오운용의 주요펀드는 일부 판매사에서 판매가 재개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등 판매사들은 오스템임플란트를 담은 펀드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판매를 중단시킨 바 있다. 타임폴리오운용의 위드타임펀드 등 대표펀드는 이번 상각으로 펀드 내 오스템임플란트의 비중이 1%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서 이날부로 다시 판매가 재개됐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상각이 이뤄진 펀드는 소비자보호에 대응했다고 보고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타임폴리오운용과 달리 다른 운용사의 경우는 상각을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타임폴리오운용의 경우 사모펀드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의 반발이 크지 않은 편이라서다. 반대로 공모펀드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가입자인 탓에 상각에 따른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마이너스 원유사태 때도 삼성자산운용이 투자자보호를 내걸고 ETF 자산을 교체했다가 사전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까지 비화된 적이 있다.
한 공모 자산운용사 임원은 "상장폐지가 확정된 상황도 아닌데 거래정지 상태에서 상각을 해도 되냐는 가입자의 의문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미리 약관 등을 통해 이런 사태에 대한 대응을 고지하지 않은 이상 운용사가 임의로 움직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