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는 한 달 전부터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회사라 소문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취재를 시작했다. 법조계, 증권업계, 산업계 등에 수차례 확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6일 장중 단독 보도할 수 있었다.
주요 내용은 2020년 2월 에코프로비엠과 SK이노베이션 간 2조740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앞두고 주식을 산 에코프로의 이동채 회장을 비롯한 일부 임직원이 내부자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보도가 나간 후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9% 떨어졌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에치이엔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독자들이 사실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보도했다.
이후 시장에서는 억측이 쏟아졌다. 우선 지난해 9월 조사를 시작한 걸 왜 이제 보도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검찰 수사과정을 모르면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검찰 수사는 통상 고발(또는 인지)→수사→기소 단계로 이뤄진다. 압수수색이 수사 초입 단계다. 압수수색은 한 차례에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자료를 여러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한다. 이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사는 며칠 전까지도 이뤄졌다. 이를 최종 확인한 시점이 보도 시점일 뿐이었다.
일각에선 ‘재탕설’을 주장했다.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그랬다. 삼프로TV는 26일 저녁 퇴근길 방송에서 보도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 출연자였던 박현상 유안타증권 차장은 “주식쟁이들은 (사건이 터지면) 과거 뉴스부터 찾아본다. 작년 9월에 나왔던 뉴스다” “작년 9월까지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현장조사에 들어갔었다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박세익 체슬리주식회사 전무도 “기사를 찾아보니 옛날에 나온 기사인데 순간 드는 생각이 선물 쇼트플레이 하는 선수들이 얼토당토않은 소식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본지 보도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이뤄진 것 같은 뉘앙스였다. 이들의 말은 투자자 사이에서 급속히 퍼졌다. 한경에는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방송이 나간 후 에코프로비엠은 설명자료를 내고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인정했다.
27일 박현상 차장은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말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박세익 전무도 “잘못 파악하고 내용을 곡해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삼프로TV 측도 27일 예정에 없던 방송을 편성해 잘못된 보도에 대해 사과하는 방송을 했다.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려는 취지라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삼프로TV는 단순한 유튜브 채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플레이어가 됐다. 이런 미디어에서 출연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투자자를 혼란케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