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유시민, 조국 보복 위해 해코지…네 차례 좌천당해"

입력 2022-01-27 21:41
수정 2022-01-27 21:56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판에 피해자이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한 검사장은 유 전 이사장의 ‘계좌 추적’ 발언으로 인해 “현직 검사로서는 유일하게 네 차례 좌천되는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지상목) 심리로 열린 유 전 이사장의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와 이듬해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고 내 개인 계좌도 들여다봤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해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이사장 측은 지난해 초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자신의 주장이 허위였음을 인정했으나, 재판 과정에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한 검사장은 이날 검찰 신문에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으로 어떤 피해를 보았냐는 질문에 “네 차례 좌천당하고 불법적인 목적으로 개인을 뒷조사하기 위해 시민을 불법 수사한 검찰이 됐다”며 “검사로서 이 이상의 불명예는 없을 듯하다”고 답했다.

이어 “저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봤고, 가족도 큰 상처를 입었다”며 “유 피고인이 사과했지만 아직도 제가 계좌를 추적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이사장이 검찰의 ‘계좌 추적’을 언급한 2019년, 한 검사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수사를 지휘했다. 한 검사장은 자신이 네 차례 좌천됐다고 언급했는데, 2020년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 같은해 6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돼 용인본원과 충북 진천본원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신문에서 유 전 이사장이 ‘계좌 추적’ 발언을 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검찰에 한 검사장은 “제가 당시 진행했던 조국 수사 등 권력 비리 수사를 방해하고 보복하기 위해 고의로 허위 주장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약해져 있고 공격받는 상황에 가담해 해코지하려 했다고 본다. 그게 아니라면 구체적 근거를 밝혔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 검사장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 직원들이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계좌를 추적한 일이 있는지까지 확인했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비슷한 일이라도 했을까 백방으로 찾아봤으나 전혀 없었다"며 "(유 전 이사장 측이) 구체적인 거짓말을 해서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합의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양측은 서로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한 부원장은 “몰라서 한 실수라고 하면 합의하지만 대놓고 해코지 한 것이기 때문에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유 전 이사장은 “저는 (합의를 할) 의향이 있는데 오늘 보니까 (한 검사장이) 하실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