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수주 증가로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업계의 인력부족 현상이 본격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기자재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주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용접 등 생산인력부터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기술을 개발할 연구인력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6일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 조사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291곳 중 105개 기업이 706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부문에서는 단순 노무 직무가 129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공(81명)과 용접(64명)이 뒤를 이었다.
기술 부문에서는 설계 직무가 7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구개발이 64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창용 조합 사업관리본부장은 “회원사 기준으로 지난 3년간 약 30곳이 구조조정을 하거나 폐업 등의 과정을 거쳤다”며 “올해부터 채용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채용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부터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숙련공이나 LNG 관련 기술 개발을 전담할 연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조선연구원은 조선기자재 업계 퇴직자를 다른 산업군으로 연결하는 전직 지원사업을 2019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용접 등 생산기술과 LNG 등의 기술을 교육하는 인력 양성사업으로 전환했다. 중소조선연구원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앞으로 추가로 필요한 인원을 8000~1만 명 수준으로 추산 중”이라며 “구직자가 조선기자재업체보다 조선소 취업을 선호해 채용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가 체감하는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 용접과 도장, 배관 조립 등은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분야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 여파로 필수 인력이 다수 빠져나갔다. 최금식 선보공업 회장은 “조선 수주 증가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내년부터는 생산 인력 부족으로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며 “연구개발 등 고급 인력마저 이탈 중”이라고 토로했다.
부산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조선기자재 업체에 취업을 할 생산 인력이 반도체 등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는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윤성진 부산시 조선해양플랜트팀장은 “구조조정 국면에서 수주 증가로 급격히 분위기가 전환돼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우선 인력 양성 사업을 지원하고, 외국인 비자 허용 확대 요청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