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임 주한 미국대사에 대북제재조정관 출신인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사진)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 재개 압박에 대응해 대북제재 전문가를 한국에 보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골드버그 대사의 주한 대사 지명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한국 정부에도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임명 동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정자가 우리 정부에 통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아그레망을 부여하면 미국은 골드버그 대사의 지명 사실을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후 지명자로서 상원의 인준 절차를 밟게 된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백악관이 주한 미국대사 지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 국무부가 외교관에게 부여하는 최고위 직급인 경력대사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부터 주콜롬비아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2010년에는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을 지냈다. 골드버그 대사는 당시 중국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1874호의 적극적인 이행을 요청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밀반입하려던 전략물자를 봉쇄시키는 조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 1874호는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북한의 모든 활동을 중단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도했던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하면 남북관계는 한층 더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해리 해리스 전 대사가 물러난 이후 1년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다. 미국은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등에는 대사 지명을 마쳐 ‘한국 패싱’ 논란까지 일었다.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는 주중 대사로 지명됐고,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주일 대사로 발탁됐다. 이번에 골드버그 대사가 지명되더라도 상원 인준 과정을 감안하면 3월 한국 대선 이후에나 부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하면 2011~2014년 주한 대사직을 맡았던 성 김 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가 떠난 후 직업 외교관이 오는 첫 사례가 된다. 성 김 대사 후임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정무직 인사였던 마크 리퍼트가 부임했고, 뒤를 이은 해리스 전 대사도 해군 제독 출신이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