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26일 내국세의 20.79%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구조를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복지·사회안전망 등 재정투입처가 늘어나는 만큼 재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한다”며 관련 제도 개편을 주장했다.
KDI는 이날 서울 소공로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재정 개혁’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홍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해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여러 분야의 정책과 제도들이 조정돼야 한다”며 교육교부금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KDI 원장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론 등 주요 경제 정책을 설계한 ‘문재인 정부 정책 설계자’로 손꼽힌다.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홍 원장은 “교육교부금 산정방식이 내국세수에 연동되어 있어,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부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국가재정에 제약이 없다면 모든 교육 분야와 여타 지출 분야에 충분한 재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고령화로 복지수요는 확대되고 코로나19와 같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사회 안전망을 튼튼히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투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교육 재정투입을 확대하는 한편, 교육단계별로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혜안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 역시 축사를 통해 “교육환경 변화의 가장 일차적인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고 다음으로 디지털 전환 등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경제의 변화로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라며 “이런 환경 변화는 교육 전반에 걸친 개혁과 조정을 요구하고 있고 개혁과 조정에는 무엇보다도 교육 재정의 새로운 배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교육교부금은 올해에만 65조1000억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내국세수가 증가하는 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증가하는 교부금에 비해, 초·중등 학생 수는 학령인구 감소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지금과 앞으로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중등 교육의 재정은 과다하고 대학 재정은 과소한 현실에서 재정이 새롭게 배분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과학기술 기반의 경제로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의 지속적인 강화가 필요하다면, 여기에도 충분한 재정이 공급될 필요가 있고 유아교육 재정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예산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재원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배정되는 구조다. 최근 인구감소로 인해 학령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내국세에 연동된 교육교부금과 교육 관련 예산이 폭증하자 청와대와 국회가 제도 개편을 요구했고 정부는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제도 개편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