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미국 신약벤처 메타지노미(Metagenomi)가 2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메타지노미는 25일(미국 시간) 1억7500만달러(약 2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메타지노미는 2018년 미국 UC버클리대에서 나온 기업이다.
회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A형 혈우병 치료제와 고형암 및 혈액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개발진도가 빠른건 A형 혈우병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A형 혈우병은 'X' 염색체 열성 유전으로 전해지는 유전병이다. 혈액 응고 인자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생긴다. 선천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A형 혈우병 환자들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국내외에서 활발한 상황이다.
메타지노미는 혈우병 환자 체내(in vivo)에 투여해 유전자를 편집하는 유전자 치료제의 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단계에 있다. 고형암을 표적하는 체외 유전자 치료제(ex vivo) 또한 후보물질 도출 및 최적화 중에 있다.
업계는 후보물질 도출도 되지 않은 상태인 이 회사가 2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회사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토머스 UC버클리 교수는 미생물학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2016년 쓴 논문(A new view of the tree of life)은 1500회 이상 인용됐다. 메타지노미의 핵심 기술도 미생물과 관계가 깊다. 미생물 속에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국내 전문가인 배상수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미생물에서만 구현이 됐고 아직 인간세포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할 수 있다면 획기적일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그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제로 혈우병을 정복하려는 연구는 활발하지만 아직까지는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은 바이오마린의 ‘발록스’는 FDA의 최종 허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혈중 내 피를 굳게 하는 단백질인 '팩터VIII(FVIII)'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발록스는 1회 치료제이기 때문에 이 점을 개선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도 임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이자는 상가모 테라퓨틱스와 공동개발 중이던 A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PF-07055480’에서 혈전 등 부작용이 발생해 임상 3상을 일시 중단하는 등 고심에 빠졌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