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甲' 따이궁에 허덕이는 면세점들

입력 2022-01-25 17:29
수정 2022-01-26 01:24
“따이궁을 유지하기 위해 수수료에 수익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상황입니다.”(A면세점 관계자)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궁’이 국내 대형 면세점의 유통 채널을 독점하면서 면세업계의 사업성이 악화하고 있다. 관세청은 국내 면세상품을 해외 온라인에서 직접 구매하는 ‘역직구’를 허용하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단기간에 따이궁 의존도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따이궁은 시내 면세점에 30%대의 수수료까지 요구할 정도로 갑의 위치에 올라섰다.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의 입국과 출국이 모두 끊긴 이후 따이궁에 의한 매출 의존도가 이전보다 더 커진 탓이다.

면세점 판매망을 따이궁이 독점하는 이유는 5주간의 격리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과 중국을 오갈 경우 중국에서 3주, 한국 10일 등 약 5주간의 격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격리 일수 증가로 해외에 출국하는 사람은 물론 입국하는 사람도 없어 따이궁 아니면 면세 매출은 사실상 제로”라고 말했다.

따이궁이 면세 상품의 유통을 독점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따이궁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통상 상품 가격의 15~20%를 수수료로 가져갔지만 최근엔 수수료가 시내 면세점 매출의 30%대까지 치솟았다.

높은 수수료는 면세점뿐 아니라 국내 화장품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따이궁의 제품 가격 인하 요구를 거절하면서 화장품 매출이 크게 줄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따이궁의 무리한 요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따이궁의 판매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4일 ‘역직구’ 허용을 결정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들이 국내에 입국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면세업계는 역직구 허용을 반기고 있지만 판매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희망고문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개별 브랜드가 따이궁에 현금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 때문에 ‘역직구’로도 가격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