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가 4.0% 성장하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5000달러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했다. 마치 일부러 맞춘 듯 4%를 찍어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 쇼크로 2020년 경제성장률이 -0.9%였음을 감안할 때 기저효과가 컸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4.0% 성장이라는 ‘경제 성적’을 두고 여러 평가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려운 국내외 여건에도 기업들이 수출 선방과 투자 유지로 ‘기본 이상’을 했고, 코로나 2년째를 맞아 가계도 소비에 적극 나섰다는 점이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만 50조원 등 총 600조원이 넘는 정부의 재정 퍼붓기가 한몫했다. 다만 초(超)팽창 예산이 구체적으로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대해선 한은도 “정확한 계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급증한 나랏빚과 ‘재정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과 논쟁은 올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판국에도 정부는 반올림해서 맞춘 ‘4.0’에 꽤나 고무된 분위기다.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했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평을 봐도 그렇다. 페이스북을 통한 그의 다소 장황한 평가를 다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4.0% 성장에 정부가 큰 목소리를 낼 처지인지 의문이다. 더구나 ‘생색은 현 정부가 다 내고 뒤치다꺼리는 모두 다음 정부 몫’이란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당혹스럽기조차 하다. 당장 급락하는 주식시장부터 보자. 미국의 긴축으로 세계증시가 약세이긴 해도, 연초부터 한국의 주가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치솟은 환율, 급등하는 금리는 왜 이런가. “위기에 강한 경제가 입증됐다”는 홍 부총리의 진단이 과연 적절한가.
4.0% 성장의 이면은 어둡고 우울하다. 5년간 제조업 일자리 18만 개 증발, 사라진 풀타임 일자리 185만 개, 사상 최대의 비정규직, 지난해 구직단념 실업자 62만 명 등 숱한 ‘고용 참사’ 통계는 다 무엇인가. 급증한 가계부채, 손도 못 대는 좀비기업, 비대해진 공공부문까지 갈 것도 없다. 지난해 성장률에서 대만(6.09%)에 밀리고, 올해는 일본(3.8% 전망)보다 못할 상황이다.
그러면서 포퓰리즘 퍼주기 경쟁에 휘둘리는 정부다. 경제를 위협하는 ‘선거 리스크’도 퇴행 정치가 주범이지만, 정부가 동조·가세한 탓도 크다. 민간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주도 성장’으로 경제 정상화가 시급하다. 모든 게 대선 이후에야 가닥이 잡히겠지만, 그전이라도 정부가 해야 할 기본 책무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