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두 세아베스틸 대표가 최근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직원 자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5일 사퇴했다.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유권해석이다.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는 2018년 11월 발생한 군산공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날 사과문을 내고 “군산공장 총괄책임자인 박준두 대표가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아그룹 계열의 특수강 회사인 세아베스틸은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박 대표는 군산공장 총괄책임 역할을 맡아 왔다.
업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직원이던 A씨는 2018년 11월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 세워둔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발견된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유서에는 A씨가 상사로부터 당한 성추행과 괴롭힘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한 방송사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회사가 미리 파악해 제어하지 못했고, 힘든 직원이 목소리를 표출할 통로가 부재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조속히 열어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회사의 가치를 위협하거나 훼손하는 불합리한 행위에 ‘무관용’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근로자 자살에도 대표이사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직장 내 괴롭힘도 업무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경우라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명시된 산업재해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자살도 상황에 따라 산업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유권해석이다.
고용부는 사망자 발생 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사안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