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일된 아들을 산후조리원에 두고 잠적한 30대 부모가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심병직 부장판사)은 25일 친자식을 유기·방임한 혐의로 사실혼 관계인 A씨(34)와 B씨(36·여)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2월7일께 제주지역 한 산후조리원에 태어난 지 3일된 아들을 두고 수도권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잠적하는 등 8개월간 피해 아동을 유기·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은 산후조리원에 "잠시 집 정리를 하고 오겠다"며 아들을 맡기고 사라졌고, 아들의 이름을 지어주기는커녕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다.
산후조리원 측이 지속적으로 두 사람을 설득했지만 이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시설 이용료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후조리원 측은 결국 같은 해 4월26일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A씨와 B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고, 소재 파악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19일 경기도 평택 모처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이들은 또 2019년 10월 낳은 첫째 아들에 대해서도 출생신고나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방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A씨와 B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B씨가 전남편과의 혼인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A씨와 같이 살면서 첫째 아들을 낳아 법적 문제 등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둘째 아들의 경우 아이를 맡긴 산후조리원에 시설 이용료를 전부 내기 전까지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고 착각했다"고 말했다.
또 "첫째 아들이 태어난 직후부터 2020년 8월까지 두 사람이 직접 아들을 양육했고, 이후 A씨 모친이 첫째 아들을 양육하는 동안에도 7개월간 매달 250만~400만원의 양육비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날 최후 변론에서 "두 아들에게 아빠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자식들에게 불행을 안겨 미안하다"고 말했고, B씨 역시 "잘못을 인정한다. 두 아들에게 하지 못한 양육의 의무를 다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15일 오후 1시50분에 진행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