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주식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단어다. 연초부터 오스템임플란트가 2215억원 규모의 횡령사태로 상장폐지 기로에 섰고 신라젠 역시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려있다. 상장폐지 여부를 다투는 동안 주식이 거래정지돼 투자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돼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상장폐지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ETF 종목 수는 2017년 5개에 불과했지만 2018년 7개, 2019년 11개, 2020년 29개였다. 지난해에도 20개가 넘었다. ETF 투자 열기로 신규 상장 종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무관심 속 쓸쓸하게 증시에서 퇴장하는 ETF들도 늘었다.
ETF는 어떨 때 상장폐지될까. ETF의 정체성은 개별 주식처럼 상장되고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는 데 있다. 이 정체성이 훼손되면 자격을 잃는다. 먼저, 기초지수와 ETF가 따로 놀 경우다. 즉,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9 미만(액티브 ETF의 경우 0.7 미만)인 상태가 3개월간 지속되면 상장폐지된다. 이밖에 기초지수를 산출할 수 없거나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 유동성공급자 계약에 문제가 생길 경우 등이다.
지금까지 상장폐지된 ETF 대부분은 크기가 쪼그라든 게 이유였다. 상장한 지 1년 넘은 ETF의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다음 반기말에도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해당 ETF가 담고 있는 자산 가치가 급락하거나 투자자들이 외면하면 상장폐지된다는 의미다.
ETF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자산운용사들은 이유와 상장폐지일 등을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투자자들에게도 개별 통지한다.
내 ETF가 상장폐지되면 '휴지조각'이 되는 걸까. 아니다. ETF는 쉽게 말해 주식, 채권, 원자재 등의 다발이기 때문에, 운용사는 각 ETF가 담고 있던 자산을 팔아 투자자들에게 돈으로 나눠주게 된다. 다만 실물형 ETF가 아닌 합성형 ETF라면 수익률 계약을 맺은 담보 비율에 따라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상장폐지일 전에 직접 현금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ETF는 거래정지나 정리매매 등의 절차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직전까지 해당 ETF를 사고 팔 수 있다.
ETF는 상장폐지돼도 투자금을 전부 날리는 게 아니라 개별 주식보다는 상장폐지 위험이 적다. 하지만 원치 않은 시점에 투자를 멈춰야 하기 때문에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ETF 투자 전 순자산, 거래량 등을 점검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