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손해인 업스테이지 리더] 2편에서는 AI 업계에서 만날 수 있는 개발직군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AI업계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되었던 태도에 대한 글을 썼다. 이번 편에서는 AI 산업이 현재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그 안에서 비개발직군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편에서 개발직군을 설명하기 위해 가져왔던 레스토랑 비유를 다시 가져와 이어 설명해보자면, 개발직군은 아래와 같이 주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업무들을 담당하고 있다.
AI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우리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연구하는 역할이라 볼 수 있고 AI 엔지니어는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 요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요리 도구들을 써야하는지 연구하기도 하고 재료와 고객에 따라 레시피를 수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제대로 된 식재료를 구하는 일부터 손질까지 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고 MLops (엠엘옵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주방 운영을 담당한다. 효율적인 주방 동선 세팅이나 재료 손질 효율화를 위해 기계를 개발/구입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완성된 요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플레이팅을 연구하고 직접 플레이팅 하기도 한다.
이처럼 주방에서는 더 나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AI 산업에서의 비개발직군은 레스토랑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우리의 손님은 누구인지, 그 손님은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 음식 가격은 적정한지, 더 신선한 재료를 저렴하게 공급받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실제 비즈니스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내외부의 모든 일을 담당한다.
실제 음식을 만들어내는 주방의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그 모델을 올바르게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주방 밖의 일들도 그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때문에 지금 회사에서는 비개발직군을 ‘히어로즈’라고 명명하여 부르고 있다.
여기, AI 업계에서 볼 수 있는 조금은 생소하지만 정말 중요한 비개발직군의 직무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직무가 있겠지만 글로벌 AI 회사, AI 스타트업에서 직접 경험했거나 협업했던 직무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 데이터매니저, 개발 프로그램 마케터, 데브렐(DevRel) 매니저, AI 스타트업 생태계 관리자, AI 커뮤니티 매니저, AI, 딥러닝 교육 프로그램 매니저, 코드 및 데이터 관련 라이선스/저작권 법률자문가, AI 프로덕트 오너/매니저, AI 프로덕트 UX/UI 디자이너
AI 업계의 특성상 수많은 업무 영역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직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보다 더 생소할 수 있는 두 가지 직무에 대한 설명함으로써 AI 업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번째는 ‘데이터매니저’다. 데이터매니저의 경우 요리 재료를 손질하는 보조 셰프들이 모두 요리 재료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동일한 규격의 재료로 손질할 수 있도록 손질법과 관리법에 대해 가이드를 만들고 지시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AI 모델을 만드는데 있어 데이터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은 요즘 AI 업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Data Centralized AI’와도 연관되어 있다. AI 기술이 연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의 데이터를 가지고 서비스에 적용해 비즈니스적으로도 의미 있게 만들어야한다는 업계의 움직임에 따라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한 성능 좋은 모델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제 기업의 데이터를 제대로 준비해둬야 좋은 모델, 이 회사의 서비스에 필요한 AI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측면(Data Centralized AI) 에서 실제 데이터를 제대로 취합하고 가공하는 작업에 대해 누군가가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데이터매니저라고 부르며 회사마다 지칭하는 직군은 다를 수 있다.
데이터매니저라는 이름만 듣는다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들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야생의 재료를 채집해서 어떤 요리가 될 수 있을지를 재료에 따라 구분해두거나 관리를 하고 있는 일을 한다면 데이터 매니저는 만들고자 하는 요리가 정확히 주어진 상태에서 요리를 위해서 어떤 재료가 필요한 지, 재료를 어떻게 가공(전처리 및 주석)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각 재료들이 요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자연어처리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 언어학에 대한 지식을 지닌 데이터 매니저가 필요한 이유다.
다음은 DevRel(데브렐)이라는 직무다. DevRel 에 대한 정의 또한 글로벌이든 국내든 회사마다 정의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DevRel은 Developer Relations 의 줄임말로, 내가 몸담았던 글로벌 IT 회사에서는 고객의 프로젝트에서 우리의 개발 프로그램들로 개발 효율을 높여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제안해주고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AI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했던 직군이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의 DevRel은 개발자 대상으로 회사의 기술을 홍보해 더 많은 개발자들이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게 하고 개발자에게 받은 피드백들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하거나, 개발자를 대상으로 회사를 홍보해 채용으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회사 (ex.구글,마이크로소프트) 의 경우 회사의 기술을 홍보해 더 많은 개발자들이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게 하고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생태계 관리자/커뮤니티 매니저의 타이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기업(ex 라인, 우아한형제들, 뤼이드)의 경우 개발자를 대상으로 회사를 홍보해 채용으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데브렐 담당자 혹은 개발자 마케터라는 타이틀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업무 또한 개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좋지만 직무 이름에도 있듯 ‘Relationship’을 도모하는 것이 이 직무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지식보다는 결국 회사의 가치를 외부에 알리는 데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잘 맞는 일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글로벌 DevRel 매니저들 또한 개발자이기 보다는 회사의 제품을 보다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보다는 AI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나로서는 AI가 대중화 되어가고 있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감한다. 아마도 AI 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직무 또한 가까운 미래에는 너무 당연해서 평범한 직무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AI 업계에서 세계적인 구루로 유명한 현 메타(구 페이스북)에서 AI 사이언티스트 팀을 이끄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2020년에 이제는 AI로 돈을 벌어야 하는 때라고 공표했던 것이 생각난다.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AI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즈음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유니콘 AI 스타트업들도 AI 기술이 실제 프로덕트에 적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AI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AI 도입 과정인 데이터 가공부터 성능평가 후 개선까지의 작업을 상시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AI 가 핵심 사업영역이 아닌 기업에서 최신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최신의 AI 기술을 도입하고 유지, 보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전담 AI 조직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세계적으로 AI 전문가부터가 부족한 상황이고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상용화된 AI 모델에 적용하기에는 수많은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모델 학습과 배포를 위한 고비용의 대규모 학습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AI 대중화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이미 AI 기술을 도입해 본 선도 기업들이 이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내가 속해 있는 회사 또한 이러한 AI의 대중화에 집중하고 있다. 시니어 급의 AI 전문 인력이 없어도 한 두 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 있다면 최신의 AI 기술을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프로덕트를 개발해 AI 기술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은 AI 기술이 각 산업 영역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고, 직접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 비개발직군이라도 각 산업 영역에 있는 고객의 니즈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품에 반영하는데 집중한다면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히어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손해인 씨는 실리콘밸리 기반 IT 기업 NVIDIA에서 AI, 딥러닝 교육과 개발 프로그램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AI Pack 솔루션으로 기업이 손쉽게 AI 기술을 도입해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타트업 Upstage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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