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국 경제의 도약은 거시경제정책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구조개혁에 달렸다”며 “4차 산업혁명을 확실하게 밀고 나갈 사람에게 사령탑을 맡기고, 거시·금융(전문가들)이 백업해 나가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경험도 있고, 관료 생활도 해봐서 세상 변화에 민감한 인물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국가부채 증가에 대해선 “코로나19 대책을 위해 재원이 필요하면 반드시 세출 구조조정을 하고,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향후 성장이 회복되는 시점에는 꼭 갚겠다”고 했다. 국민연금과 귀족노조 개혁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연금개혁에 대해 최소한의 논의가 있어야 했다”며 “공권력이 중립만 지켰어도 귀족노조 문제가 지금 상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경제정책 방향은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경제와 사회정책에 반영하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것’일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시장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다만 시장에서 공정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공정하지 않으면 역동적일 수 없습니다.”
▷윤 후보가 경제에서 생각하는 공정은 무엇입니까.
“강자는 강자끼리 약자는 약자끼리 붙게 해야 합니다. 헤비급과 밴텀급이 싸우게 하면 누가 시합을 위해 링에 올라가겠습니까. 또 공정성은 효율성을 전제로 합니다. 정확히 똑같다고 공정이 아닙니다. 시험 문제가 모두에게 똑같이 쉽다고 공정한 게 아니라, 학생의 학업 수준을 변별력 있게 검증할 수 있어야 공정한 시험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시장이 아주 역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주장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2차 분배에 있어서 최종 결과물을 모든 국민이 낙수효과로 누릴 수 있는 걸 경제민주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분들은 공정한 경쟁정책을 경제민주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다 경제에 관한 가치들입니다.”
▷이 정부에서 정책이념화 속에 입법화된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요구도 있습니다.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기업의 성장이나 고용 촉진, 국민들의 궁극적 행복과 관련이 없고 오히려 방해되는 것이라면 제가 돌리지 않으려 해도 돌려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기업들은 27일 시행에 들어가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검찰총장 시절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담당인 공공수사부에서도 (이 법에)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검찰 내부에 "우리가 양형기준 등에서 무리가 없도록 집행을 잘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법을 집행하는 지위에 있진 않지만 사업주가 예방을 철저히 했으면 이를 감안해야한다고 봅니다. 예측 가능해야 투자도 할수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성을 줄여줘야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시장 정책을 두고 강자는 누르고 약자는 올리는 식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억강부약? 사실은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철 지난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장기 집권을 위해 정책을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부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을 지속가능한 성장·복지나 국민 행복을 위해서 만든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유지를 위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내 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포퓰리즘 ‘퍼주기’를 하고, 자신들하고 더 가까운 사람을 위해 이권을 나눠줬습니다. 아주 밀접한 사람에게는 특권을 주면서 부패했습니다. 상징적인 게 ‘대장동 게이트’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나랏빚을 늘리지 않겠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특별한 재난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돈을 써야 하기에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재정준칙을 만들어 이걸 넘어가면 다시 일정 기준으로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가부채는 장부상 수치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미국도 그렇게는 안 합니다.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합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지 5년이 다 돼 가는데, 대한민국 건국 이후 70년 동안 국가부채의 3분의 1을 이 정부가 쌓았습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국가부채는 지금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고 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돈을 더 쓰게 되면 반드시 세출 구조조정을 할 겁니다. 어쩔 수 없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성장률이 올라갔을 때 다시 (나랏빚을) 갚겠습니다.”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까.
“세금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법인세는 글로벌 기준이 있습니다.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 유치가 안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20%를 넘는데, 법인세율을 올리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대기업을 제외하고 보면 중견·중소기업 성장률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걷으면 다 죽이겠다는 겁니다.”
▷상속세는 완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상속세 인하에 대해 ‘부자 봐주기’ 프레임을 씌우는데, 기업은 상속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이 유지되고 일자리도 유지됩니다. 독일은 상속세 감면제도가 우리에 비해 훨씬 더 많습니다. 독일에 100년 기업이 많고 우리는 없는 건 이런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국가 발전이나 근로자의 고용 안정 측면을 모두 살펴봐야 합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게 무슨 정책입니까. 다른 후보의 공약을 너무 폄훼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그건 ‘소득’이 아니라 ‘용돈’입니다. 누구한테 용돈 주려고 50조원씩 되는 재원을 마련하고, 심지어 그걸 마련하려고 국토보유세, 탄소세까지 걷는다고 합니다.”
▷작은 정부 얘기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하고, 개인이 해야 할 일을 정부가 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민간 자율에 맡겨 놔서는 도저히 안 되는 것만 정부가 해야 합니다. 시장 실패 같은 것들 말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자연스럽게 장터가 생기면 거기에 적용할 법제를 만들고, 건물을 지어 비 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에도 장이 열리도록 해야 합니다.”
▷윤 후보의 경제정책을 ‘Y노믹스’라고 부르는데, 핵심은 무엇입니까.
“기본 방향은 역동적 성장, 따뜻한 복지입니다. 또 성장과 복지 양쪽에서 공정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가 이뤄지는 선순환을 추구하겠습니다.”
▷집권 시 어떤 인물을 경제정책 사령탑으로 기용할 건가요.
“경제는 거시경제, 금융, 산업, 시장이 다 어우려져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그런 분을 발탁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의 역동적 도약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확실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분에게 사령탑을 맡기겠습니다. 과거 기업에도 계시고, 장관이나 관료 생활도 해보고, 다시 필드에 나와 세상 변화에 민감한 분이 합당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연금을 어떻게 고치겠다고 당장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논의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연금 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었습니다. 최소한 논의를 전개해 놨어야 다양한 얘기 속에서 선택지가 있고, 그걸 대선 주자들이 잡아 공약으로 가면 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기득권이 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귀족노조를 철폐하겠다고 이미 얘기했습니다. 제도를 바꾸지 않고 현재 있는 법만 지켜도 됩니다. 노사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됩니다. 노사 협상단계 시작부터 이 정부는 지속가능한 정권 유지를 위해 네 편, 내 편을 갈라쳤습니다. 정책은 법이라서 보편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편을 들어주니 민주노총이 저렇게 세졌습니다. 공권력이 중립만 지켰어도 저렇게는 안 됐다고 봅니다.”
▷집권 후에도 거대 여당으로 인해 정책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삼권분립이라는 게 그래서 좋은 겁니다. 저쪽은 입법권, 이쪽은 예산편성권과 인사권 가지고 서로가 잘 타협해 가면 됩니다. 민주당에도 대화가 되는 훌륭한 인재가 많습니다.”
▷개헌 얘기도 많이 나옵니다.
“해결해야 할 민생 문제가 산적합니다. 수많은 이슈를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빠뜨리면 국민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국민이 과연 원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은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라지 여의도에서 문제가 반복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성상훈/이동훈/좌동욱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