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 나란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6개 노선까지 신설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선 “큰 틀에서는 두 후보 공약이 ‘판박이’ 수준으로 엇비슷하다”면서도 “일부 노선은 시·종점이 차이가 있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지역별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24일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GTX 플러스 프로젝트’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전역을 평균 30분대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교통혁명을 추진해 경기도민의 직주근접을 대폭 높이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던 GTX A·C·D 노선의 연장(GTX 플러스 노선)과 함께 E·F 노선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GTX A 노선은 동탄에서 평택까지 연장을 추진하고, C 노선은 북쪽으로는 동두천까지, 남쪽으로는 오산·평택까지 연장된다.
이런 A·C 노선 연장 계획은 윤 후보가 지난 7일 발표한 ‘수도권 광역교통 공약’에 담긴 GTX 관련 공약과 거의 일치한다. 윤 후보 역시 기존 A·C 노선을 연장할 뜻을 밝혔다. 당시 윤 후보는 공약 발표 전 김포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출근길을 체험한 뒤 “‘지옥철’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출근길부터 만만치 않았다”며 GTX 확충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후보 모두 노선 연장을 공약한 경기 오산과 평택, 동두천 등 A·C 연장 노선 통과 지역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D 노선부터는 두 후보 공약에 차이점이 나타난다. 이 후보는 현재 김포~부천으로 계획된 D 노선을 서울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윤 후보는 강남~하남 연장과 별도로 강남에서 광주~이천을 거쳐 여주까지 잇는 노선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D 노선 연장 계획에서 빠진 광주~이천~여주 구간에 대해선 GTX F 노선(파주~광화문~잠실~여주)을 신설해 대응하는 방안을 내놨다.
수도권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E 노선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다른 계획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광명을 거쳐 강남~구리~포천을 잇는 노선을 내놨다. 반면 윤 후보는 E 노선이 인천 검암에서 김포공항~강북~구리~남양주로 이어지도록 했다.
윤 후보는 F 노선을 서울 외곽을 도는 수도권 순환선으로 만들 방침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처럼 고양~안산~수원~성남~의정부 등 주요 거점을 GTX로 연결해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메가시티’로 묶자는 구상이다.
두 후보의 GTX 공약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지역별 유불리를 따지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가 신설을 주장한 노선 중 상당수가 기존 전철 노선과 겹치기 때문에 당선 후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경우 GTX C플러스 노선(금정~오이도 연장) 구간에서 기존 안산선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GTX F 노선을 성남~고양 구간만 신설하고 나머지는 서해선과 수인·분당선을 활용할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후보가 당선되면 E 노선이 시작되는 인천 영종도와 F 노선 시·종점인 파주, 포천 등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윤 후보 당선 시엔 E 노선이 지나는 남양주와 F 노선이 관통하는 시흥, 성남 등이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고 했다.
두 후보가 수도권에 국한된 광역철도망인 GTX 공약을 남발하면서 일각에선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이 후보는 “수도권으로의 추가 인구 유입을 부추기는 기반시설 투자는 자제돼야 한다고 보지만 이미 입주한, 거주하는 많은 분의 고통을 그대로 방치할 순 없다”면서도 “그것(GTX 신설·연장) 때문에 다시 또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도록 지방 투자를 훨씬 더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GTX 신설로 주변 집값이 뛸 것이란 우려에 대해 “역세권에 신규 주택이 공급되고 빠른 접근성까지 확보되면 결과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