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종로 보선 공천 두고 "책임 정치 매우 중요"

입력 2022-01-24 16:32
수정 2022-01-24 16:38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종로 등 3·9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두고 여론을 살피면서 후보를 낼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기본적인 기조는 공천을 다 한다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책임 정치 측면이 중요하다"며 무공천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내부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선과 함께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는 종로와 서울 서초갑, 경기 안성, 청주 상당, 대구 중·남구 등 5개 지역구 대상이다.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서초갑과 대구 중남구는 후보를 내는 게 확실시되지만 종로와 경기 안성, 청주 상당은 후보를 낼지 여부부터 결정해야 한다.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경선에 참여하면서 공석이 됐고, 안성과 청주 상당은 이규민, 정정순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가 비었다.

민주당 내에선 종로의 경우 이 후보의 귀책사유라기보다는 경선 출마에 따른 불가피한 반납이었기 때문에 후보를 내는 게 맞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돼있다. 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대선에 나와서 반납한 것까지 귀책사유로 보는 건 너무 박한 것 아니냐"고 했다. 종로 지역구의 상징성과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서라도 선거를 치러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후보군으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이날 종로 공천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당 지도부에서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책임정치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고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공석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취지에서 무공천을 검토해야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지난달 민주당 정당혁신위원회가 재보선 무공천’을 제안했을 때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칫 함부로 공천을 결정했다가 연일 이어가고 있는 '당 쇄신' 행보에 찬물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설 연휴 직후 여론을 보고 공천 여부를 확정지어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후보로 '거물급'을 내지 못할 바에야 아예 무공천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아직 방향성은 결정된 게 없다"며 선대위에서 여러 전략적 측면과 국민께 비춰지는 모습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