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두세 배 강한 오미크론 확산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3000명대였던 하루 확진자가 5~6일 만에 7000명대로 직행하며 ‘더블링(확진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사 건수 감소로 확진자가 줄어드는 주말인데도 역대 두 번째 규모 확진자가 나왔다. 의료계에선 당장 이번주에 ‘확진자 1만 명’ 벽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번주 중 1만 명 도달”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7630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인 지난해 12월 14일(7848명)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직전일(7008명)에 이어 이틀 연속 7000명대를 기록했다. 검사 건수 감소로 확진자가 줄어드는 주말인데도 정부가 ‘오미크론 맞춤형 방역체계 전환’ 기준으로 삼은 ‘하루 확진자 7000명’을 넘긴 것이다.
신규 확진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6일만 해도 하루 확진자는 3857명이었는데, 22일 7630명으로 98% 증가했다. 국내 발생 확진자가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1월 둘째주(9~15일) 해외 유입 확진자가 400명대까지 치솟았지만, 셋째주 들어서는 200명대 후반으로 감소했다. 대신 3000명대였던 국내 발생 확진자가 7000명대로 불었다. 22일 기준 확진자도 국내 발생이 7343명, 해외 유입이 287명으로 국내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오미크론 검출률이 5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급증한 영향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6~19일 전체 확진자 가운데 오미크론 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7.1%다. 한 달 전(12월 19~25일) 1.8%에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확산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화요일에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주간 패턴도 깨지고,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갔다.
의료계는 이번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이 애초 예상한 ‘2월 확진자 1만 명’보다 빠른 속도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존 예측모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2주 이상 빨리 발생하고 있다”며 “당분간 1주일 단위로 확진자 수가 최대 두 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오미크론 방역체계 전환 ‘안갯속’오미크론 확산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정부는 방역체계 전환 시점에 대해 “검토 중”이란 답만 내놓고 있다. 애초 정부는 ‘오미크론 비상사태’에 대비한 새로운 방역체계 적용 시점을 ‘오미크론 점유율이 50% 이상일 때’ 또는 ‘하루 확진자 7000명을 넘을 때’로 정했다. 그러다 1주일 만에 “7000명 기준은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평균 추세가 되면 전환할 것”이라고 갑자기 말을 바꿨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대응 방역체계를 언제 적용할지는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방역체계 전환을 선언했다가 의료계 등이 반발하자 급하게 철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오미크론 맞춤형 방역체계로 전환하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코로나19 환자와 다른 일반 환자의 동선을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지, 코로나19 환자는 어떤 격리 시설에서 진료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며 정부 발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일단 26일부터 경기 안성·평택, 광주광역시, 전남 등 4개 지역에서 오미크론 방역체계를 시범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에선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을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으로 제한한다. 일반 성인은 자가검사키트(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거나 의사 소견서가 있을 때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선별진료소에선 무료지만, 동네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선 진료비 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