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귀족노조 혁파해야"…이재명·윤석열도 입장 내놔보라

입력 2022-01-23 17:24
수정 2022-01-24 07:25
포퓰리즘 선동과 저급한 폭로전·말싸움이 넘치는 대선판에 주목할 만한 공약이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강성 귀족노조 혁파’ 주장이 그런 사례다. 안 후보 스스로도 인기 영합의 황당 공약 남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적어도 이 공약에 관한 한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고용 절벽’의 저성장 늪에 빠져들게 한 한국의 고질을 다음 정부 과제로 용기 있게 꺼내들었고, 일부 해법까지 제시했다.

안 후보는 SNS를 통한 공약에서 “강성 귀족노조는 불평등 세상을 조장하고 일자리 창출을 막는 해악 세력”이라며 “불법, 떼법, 고용세습, 채용장사 모두를 단호히 엄단해 뿌리 뽑을 것”이라고 했다. 전부 맞고, 필요한 공약이다. 그간 고용·노동 전문가를 비롯해 학계·산업계 등에서 부단하게 제기해온 강성 노조세력의 문제점을 그가 뒤늦게 공약으로 내세웠을 뿐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현 정부와 거대 여당이 장악한 국회는 물론 심판관인 법원까지 눈감아 왔고 심지어 부추겨온 진짜 적폐다.

민주노총 등 노조단체 전횡은 노사관계 상식을 무시하는 수준을 넘어 법을 우습게 여길 지경이 됐다. 코로나 와중의 불법 집회, 공공기관 침입, 건설현장의 우격다짐 횡포 정도는 약과다. 안 후보가 “비노조원을 차별하는 특권집단이자 무소불위 권력집단, 진짜 불평등 조장 세력”이라며 “노동 양극화를 심화시켜 부익부빈익빈을 확산시킨다”고 비판하는데 틀린 게 없다.

툭하면 반복되는 반미(反美) 정치투쟁도 문제지만, 좋은 일자리를 차지한 채 노동 기득권을 다져온 것은 더욱 비판받을 대목이다. “강성 귀족노조가 자신들 임금 상승과 고용 연장만 주장하며 파업을 강행하니 기업은 정규직을 줄일 수밖에 없고, 청년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린다. 성장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라는 안 후보 공박에 노조가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

여야 유력 후보들도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문제가 다분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제화에 가세한 윤석열 후보부터 견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은 ‘좌파·우파’를 따지기엔 너무나 절실한 과제다. ‘고용유연성 확대’를 주장해온 이재명 후보도 최소한 민주노총에 무엇을 요구할지 정도는 밝혀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다. 비정규직 역대 최대(806만 명), 관제 일자리 사상 최대 증가, 풀타임 일자리 185만 개 감소 같은 현 정부의 일자리 참사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를 노조 독주와 별개로 여긴다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