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 변화했다. 변화의 방향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었다.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해 있던 구(舊)경제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로운 투자 기회였다.
하지만 시총 비중에 집중하는 기존 지수들은 이 같은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거나 뒤늦게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는 일이 많았다. 투자자들로서는 변화를 제대로 담아낼 지수가 필요했다. KEDI30(KEDI 혁신기업ESG30)지수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변화하는 산업에 발맞춰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기업만 골라 담았다. 실적도 받쳐준다. KEDI30 구성 종목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코스피지수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IT·플랫폼 절반 이상KEDI30지수는 국내 주요 상장사 가운데 혁신 기업 30곳을 추려 담았다. 최고경영자(CEO) 130여 명이 설문조사를 통해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곳을 뽑은 뒤 한국경제신문과 연세대 경영학원, IBS컨설팅이 개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모델로 다시 30곳을 선정한 결과다. 경영 일선에서 느끼는 혁신 속도를 지수에 바로 반영한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바뀌고 있는 투자 트렌트를 그 어떤 지수보다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수인 정보기술(IT) 종목이 여럿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리노공업 등 반도체 대표주뿐 아니라 카메라모듈을 주로 생산하는 LG이노텍 등이 담겼다. IT 소프트웨어에서는 더존비즈온이 꼽혔다. 전장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LG전자와 순수 2차전지주인 삼성SDI도 담고 있다.
플랫폼 시대를 맞은 만큼 관련주도 빠지지 않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이고 각 영역별 플랫폼주를 두루 담았다는 게 특징이다. 이마트(유통), 하이브(엔터테인먼트), SK텔레콤·엔씨소프트·넷마블(메타버스), 미래에셋증권(금융) 등이다. 각 업종 내에서도 플랫폼으로서 진화를 시도하면서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이다.
한국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2차전지 관련주도 미래기술 관련주로 KEDI30에 포함됐다. SK이노베이션, 솔브레인, 포스코케미칼 등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도 모빌리티 관련주로 빠지지 않았다. 첨단소재 분야에서는 탄소섬유로 주목받는 효성첨단소재가 포함됐다. 에너지(한화솔루션), 우주(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변화하는 성장산업의 주자들이다.
한국 성장주의 대표 격인 바이오주도 여럿 담겼다.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꾸준히 실적을 낼 수 있는 바이오주로 엄선했다는 게 특징이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SK바이오팜,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대표 바이오주가 고루 들어갔다. KEDI30 종목 가운데서 매출이 가장 적은 레고켐바이오도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약물을 원하는 곳에 데려가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KEDI30 올해 38% 영업익 증가KEDI30 종목은 올해 실적에서도 코스피 전체 기업을 압도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EDI30 구성 종목 30개의 올해 매출 전망치 합계는 총 806조894억원으로 지난해 전망치보다 20.5% 많다.
같은 기간 증권사 전망치 평균이 있는 국내 상장사 274개의 올해 매출 전망치 증가율(13.2%)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KEDI30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 증가율도 38.2%로 상장사 평균(22.4%)을 압도한다.
혁신성뿐 아니라 실적 안정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펀더멘털(실적 기반)이 튼튼하면 금리 인상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더라도 영향을 덜 받거나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