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림·에세이·신조어로 추억하는 '작가 박완서'

입력 2022-01-23 18:18
수정 2022-01-24 00:32
박완서 작가의 11주기(1월 22일)를 맞아 그를 기리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시를 읽는다》(작가정신)는 시집을 곁에 두고 좋은 시를 암송하길 즐겼던 박 작가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가 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썼던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란 글에서 문장들을 뽑아 시로 만들고,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의 그림을 입혀 시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에서 박 작가는 ‘심심하고 심심해서/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고 말한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내년에 뿌릴 꽃시를 받는 내가/측은해서 시를 읽는다’고도 했다.

《엄마 박완서의 부엌: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세미콜론)은 박 작가의 맏딸이자 수필가인 호원숙 씨가 쓴 책이다. 지난해 냈던 책에 직접 그린 손그림을 보탰다. 박 작가가 물려준 집에서 살고 있는 호씨는 그곳에 남아있는 엄마의 자취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담담히 글을 써내려간다. 살구꽃이 필 때마다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 나무 밑에서 작은 파티를 열곤 했던 모습, 소설 《나목》에 나오는 구절처럼 개성 만두를 빚어 먹던 기억 등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이며, 할머니인 박 작가의 모습을 그린다. “엄마는 집에서도 한복 치마저고리 차림에 광목으로 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현대문학’이나 ‘사상계’를 보면서 잠시 누워 있던 엄마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박완서 소설어 사전》(아로파)은 박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신조어를 해설한다. 그는 소설 속 인물들의 성격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직접 단어를 만들어 쓰곤 했다. 각죽거리다(남의 비위를 불편하게 만들다), 글겅글겅(무언가 자꾸 먹고 싶어하는 모양), 눈귀가 여리다(조금만 슬퍼도 눈물이 잘 나는 성품) 등과 같은 말이다. 그의 신조어는 엉뚱하다거나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친숙하게 다가온다. 덕분에 우리 말을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1년 경기도 개풍군(현재의 개성)에서 태어난 박 작가는 서른아홉이던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과 산문, 동화를 가리지 않고 썼고 다작과 성실함으로 유명했다. 담낭암 투병 중 2011년 1월 22일 향년 80세로 타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