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목이 꺾여 사망한 말이 퇴역 경주마 '까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을 학대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KBS 1TV '태종 이방원' 제작진 측은 2주 연속 결방을 결정했다.
지난 21일 동물권 행동 '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한 결과, 방송에 쓰인 말은 '까미'라는 이름으로 퇴역한 경주마였다"며 "일평생을 인간의 오락을 위해 살아야 했고, 결국에는 고꾸라지며 쓰러져야 했던 까미. 이제는 까미와 같이 착취당하고 죽는 동물이 없기를, 어느 동물도 해를 입지 않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카라 등이 공개한 태종 이방원 촬영현장 영상을 보면, 제작진이 드라마 7회 방영분에 나올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찍기 위해 말의 발목에 와이어를 묶어 앞으로 넘어지게끔 유도한 모습이 포착됐다.
KBS에 따르면 까미는 촬영 약 일주일 뒤 사망했다.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건강 상태를 다시 확인한 결과 촬영 후 1주일쯤 뒤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해당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잇따랐고,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오고 있다. 배우 고소영, 김효진, 공효진 등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물학대 논란이 커지자 태종 이방원 제작진은 2주 연속 결방을 결정했다. 제작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논란으로 인해 오는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었던 13~14회를 결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설 명절을 앞두고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 편성 예정이던 29일과 30일 방송도 쉬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