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에 대한 학대 피해자들 구제를 위해 가해자들의 엄격한 조사와 처벌을 약속했다.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2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신앙교리성 총회 참석자들을 만나 교회 내 학대 이슈를 거론하면서 "교회는 주님의 도우심과 함께 단호한 의지로 성직자에 의한 학대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주의를 기울여 엄격하게 교회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앙교리성은 신앙과 윤리 도덕에 대한 교리를 증진·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교황청 핵심 부처다.
교황은 앞서 작년 6월 교회법을 개정해 성직자가 미성년자 혹은 자기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상으로 십계명 중 제6계명(간음하지 마라)을 위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성직 박탈과 함께 형사 처벌하도록 했다.
기존에 모호했던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함으로써 가해자 관할 교구장 등 고위 성직자의 사건 개입 및 '제 식구 감싸기'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는 평을 받는다.
교황은 교회법 개정을 다시 언급하면서 "이것만으로는 이 현상을 막을 수 없지만, 정의를 회복하고 가해자를 교정하기 위한 하나의 필요한 조처"라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특히 교황의 언급은 독일 뮌헨 대교구의 성 학대 피해 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뮌헨 대교구 의뢰로 진행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45년부터 2019년 74년 동안 대교구 내에서 총 497명이 성직자에 의해 성 학대 피해를 봤고, 이 가운데 60%는 8∼14세의 아동과 청소년이었다.
뮌헨의 법률사무소WSW 측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뮌헨 대주교 시절 관련 시설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을 방치했다고 주장도 제기했다. 로펌 측은 "4건의 성학대사건과 관련해 라칭거 당시 대주교(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불법 행위로 기소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가해자는 총 235명인데, 이 중 대부분인 182명이 성직자였다. 또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과거 성 학대 사실을 일부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교황청 대변인인 마테오 브루니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에 대해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