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싱가포르에서 작년 연말 공개한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4'와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2' 광고를 지난 19일 삭제했다.
무슬림인 어머니와 드래그퀸(여장을 하는 남성 성소수자) 아들이 등장한 광고에 현지 무슬림 단체에서 불만을 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광고를 삭제하자 이번에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렸다.
21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이들 광고 영상을 여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광고에는 여러 출연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보내는 감동적 메시지를 듣고 반응하는 모습들이 담겼다.
논란이 된 '삼성 리슨 투 유어 하트(Samsung Listen to your Heart)' 캠페인은 무슬림 전통 의상을 입은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하는 드래그퀸 남성이 등장한다. 아들이 자신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장면. 이 장면의 주인공은 '바이라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행위예술가다.
하지만 광고 공개 이후 일부 이슬람 단체들 중심으로 무슬림 공동체를 무시한다는 불만이 흘러나왔다. 사이드 단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보수적인 (싱가포르) 사회에서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주류화시키려는 이념에 반대한다"며 "이는 말레이-무슬림 공동체 내의 화합을 방해한다"고 적었다. 무함메드 주하일리라는 사람도 자신의 SNS에 이 동영상 광고에 대해 "무슬림 공동체 사이에 많은 혼란과 의문들을 불러일으켰다"고 적었다.
이처럼 비판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에 "이 동영상이 우리의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무신경하고 모욕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글을 올린 뒤 모든 플랫폼에서 해당 광고를 삭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해당 광고를 옹호하는 이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싱가포르의 성소수자 옹호 단체인 '핑크닷 싱가포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무조건적 사랑이 담긴 삼성의 아름다운 광고가 보수주의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 삭제됐다"고 비판했다.
모리미라는 아이디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만약 이 광고가 법에 위배되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의 포용에 긍정적인 메시지라면 삼성전자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어야 한다"고 적었다.
광고를 내리기로 한 삼성전자의 결정이 "다양성과 포용성이 혁신과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삼성전자의 회사 선언에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BBC는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