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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값 급등으로 소비자와 상인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소비자는 전년 대비 급등한 꽃값을 보며 "꽃집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나섰다. 상인들 역시 "도매가가 올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꽃값이 비싸 별로 팔리지도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1월1~21일 양재 화훼경매시장 기준 거베라 한 단 평균 가격은 경매가 5310원으로 전년(3790원) 대비 40% 올랐다. 리시안셔스는 2만102원으로 전년(1만1100원) 대비 81%, 안개는 1만4980원으로 전년(4866원) 대비 207%나 뛰었다.
모든 품종을 합쳐 전체 꽃 거래량 대비 가격 상승률을 비교해도 가격 상승 폭이 압도적이다. 올해 같은 기간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꽃의 거래량은 87만 단으로 전년(82만 단) 대비 6% 증가했지만, 경매 금액은 35억8900만원에서 67억9200만원으로 89%나 급증했다.
화훼공판장에서 팔리는 꽃 가격이 높아진 만큼 소비자들이 꽃집을 방문해 체감하는 꽃값 역시 비싸졌다. 딸이 졸업식이라 꽃집을 찾은 40대 임모씨는 "그럴듯하게 꾸며진 꽃다발은 10만원이 넘는다. 한 꽃집은 장미가 겨우 5송이 들어갔는데 5만원을 달라고 하더라"며 놀라워했다.
꽃 가격이 너무 비싸 구매하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소비자들이 늘자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속앓이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7년째 꽃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소비자들은 꽃값이 제일 저렴했던 때만 기억하는 것 같다"면서 "최근 꽃값이 올라 그 가격을 반영해 판매할 수밖에 없는데 대목을 맞아 폭리를 취하려는 악질업자 취급을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B씨 역시 "경매시장에서 꽃 가격이 오른 만큼 도매시장에서 우리가 구입하는 꽃 가격 역시 비싸졌다"며 "여기에 인건비, 포장비, 가게 유지비 등을 합치면 이 가격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가격만 묻고 한숨 쉬며 떠나는 손님들을 보면 우리도 허탈할 뿐"이라고 했다.
꽃 경매 가격이 이처럼 뛴 것은 꽃 출하량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크다. 한 화훼업계 관계자는 "재배 면적이 줄어든 데다 이상기후 등으로 작황 상황 자체도 좋지 않은 편"이라며 "기본적으로 공급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꽃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본력 있는 대형 중도매인의 경매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형 중도매인이 경매시장에서 많은 물량을 선점하면 영세 중도매업체들은 줄어든 물량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꽃값이 뛴다는 얘기. 작은 동네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역시 주로 영세 중도매업체를 통하는 만큼 비싸게 꽃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화훼산업의 유통구조가 공론화되고 있어 관련 제도가 정비될지 주목된다. 플로리스트연합은 지난 17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앞에서 화훼산업 유통구조에 대한 시위를 진행하고 "무분별한 경매권 남발 등의 문제를 개선해달라"며 "농가와 꽃시장, 플로리스트가 상생하는 결과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경매시스템과 유통체계를 조사해 고쳐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꽃 소매업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밝힌 청원인은 "꽃을 대량 구매해 도매시장 경매가를 올리는 대형업체로 인한 문제가 곪고 곪다가 터졌다. 소매상인들은 도 넘은 도매가격으로 도저히 마진을 남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정부부처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꽃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달 꽃 출하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평년 1월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며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꽃 구매가 줄자 농가가 재배 작물을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