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적금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이 일제히 체크카드 발급을 늘리고 있다. 전업 카드사가 판매 중인 체크카드는 신규 가입 건수가 줄고 정지 건수는 늘어나는 등 정체 국면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3분기 체크카드 발급량은 총 6327만4000장이었다. 작년 1분기(6457만6000장)와 비교할 때 130만2000장(2%)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농협·기업·부산·대구은행 등 11개 시중은행이 발급한 체크카드는 4357만9000장에서 4392만2000장으로 30만 장 넘게 늘었다.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에서도 체크카드 발급이 증가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체크카드 발급량 합계는 2020년 737만 장에서 작년 759만 장으로, 저축은행 체크카드는 같은 기간 20만 장에서 28만 장으로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에 비해 이용 규모나 가맹점 수수료, 연회비 수익이 적다”며 “신용카드처럼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같은 부가 대출 수익도 기대할 수 없어 체크카드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여신전문금융사인 카드사와 달리 은행 등은 수신 상품과 체크카드를 연계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예·적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체크카드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많이 사용해 미래 고객을 잡는다는 측면에서 꾸준히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체크카드를 통해 쓸 수 있는 지역화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 규모는 2020년 9조6000억원에서 작년 20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에 비해 지역 영업 기반이 탄탄한 은행·상호금융권이 카드형 지역화폐 고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