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과정에서 ‘임대’를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도급이나 용역, 위탁’의 범위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임대 관계는 건물이나 시설을 빌려주는 임대인과 빌려서 사업을 영위하는 임차인으로 나뉜다. 임대인에게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지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계약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둘 사이의 관계가 ‘산업안전법상 도급관계’에 해당하고, 임대인이 사실상 사업장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면 ‘도급인’으로서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반면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는다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19일 발간한 FAQ 자료에서 “일반적인 임대의 경우 임차인이 장소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를 하므로, 임대인은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계약 형식이 임대차여도 실제로는 임대인이 ‘도급인’에 해당하고, 임대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는 경우라면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요건은 어떻게 판단할까. 먼저 임대인이 ‘도급인’에 해당하는 경우는 △임대인 자신이 영위하는 요식업 사업을 단순하게 임차인에게 위탁하거나 △매장 사업의 경제적 이익·손해가 임대인에게 귀속되거나 △임대인이 점포 운영에 적극 관여할 때다.
임대인이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 여부는 임대차 계약서를 뜯어봐야 한다. 만약 △식당 주요 설비를 임차인이 임의로 설치·해체하거나 변경할 수 없고 △임대인이 직원을 통해 점포 업무에 개입하는 경우 △임대인이 인테리어에 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거나 △임차인의 시설 투자에 임대인이 투자비를 보전해주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그 사업장을 지배·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임대인은 산업안전법상 도급이나 용역, 위탁을 준 도급인으로 간주돼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 다만 임차인의 관리 영역이라고 해도 임대인에게 책임이 전가될 소지가 있는 전기, 가스 등 시설물 안전관리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