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행보, 국민 눈엔 '영역 침탈'로 보여…메타버스에 집중"

입력 2022-01-20 14:36
수정 2022-01-20 15:26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전 카카오게임즈 대표)이 카카오 신임 단독 대표로 내정됐다. 여민수 현 카카오 공동대표는 올해 3월로 예정됐던 대표 임기 연장을 포기했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에서 벌어진 '임원 먹튀 논란'의 여파로 풀이된다. 남궁 내정자는 메타버스를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남궁 내정자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 사실을 밝히고, 카카오의 성과와 도전 과제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그는 "글로벌 시장과 같은 새로운 땅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카카오,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성장한 카카오, ESG 경영 시대에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메타버스는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가장 사회적 요구에 가깝고 현재 카카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디지털로 혁신하려 했던 우리의 도전은 국민들 시선에서는 혁신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땅을 침탈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과 질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존 세상의 기술 혁신보다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카카오의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어냈고, 이를 토대로 게임, 택시 사업에서 성과를 냈지만 명암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우리 카카오는 10살이 조금 넘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성장해 외형에 비해 튼튼한 내실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며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는데 집중하겠다.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고, 국민께 사랑받으며 성장하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카카오는 이날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남궁 내정자를 차기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남궁 내정자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여 대표가 최근 사내외 강도 높은 지적에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현재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조수용 공동대표는 3월 주총에서 연임을 하지 않기로 했던 상태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25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여 대표를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그러나 류 대표가 지난달 10일 임원 7명과 함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받은 카카오페이 주식을 대량 매각함으로써 878억원을 현금화해 '먹튀' 논란이 일었고, 이달 10일 내정자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어 여 대표도 열흘 만에 임기 연장을 포기함에 따라 당초 카카오가 발표했던 여민수·류영준 공동대표 체제 구상이 남궁 내정자 체제로 바뀌게 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