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효과?"…'천슬라' 붕괴에도 2차전지株 '강세'

입력 2022-01-20 11:42
수정 2022-01-20 11:43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가 금리 상승 우려에 1000달러선을 내주며 무너졌지만, 한국 2차전지 기업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역대급 기업공개(IPO) 흥행에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20일 오전 11시19분 현재 삼성SDI는 전일 대비 2만5000원(3.78%) 오른 68만6000원에, SK이노베이션은 5000원(1.91%) 상승한 26만65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 다른 2차전지 기업들의 기업가치도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가 고조된 영향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8~19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114조1066억원의 증거금을 끌어 모았다. 희망 공모가 밴드 25만7000~30만원을 놓고 진행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주문 금액이 1경5203조원을 기록했다. 일반 공모 청약 증거금과 수요예측 주문금액 모두 한국 IPO 역사상 최대 규모다.

‘IPO 대박’의 배경은 공모가가 저렴한 수준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으로 100조~120조원이 제시되고 있다. 중국 CATL과 삼성SDI이 나타내고 있는 밸류에이션(재무제표와 비교한 기업가치)의 중간 어느 한 지점이 적용됐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작년 법인세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 순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EV)가 CATL은 80배, 삼성SDI는 20배인 수준을 감안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에 43배의 EV/EBITDA를 적용해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30만원을 기준으로 한 예상 시가총액 70조2000억원보다 42% 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 2차전지 기업들의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고조된 영향이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가 1000달러선이 무너진 악재도 이겨내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가 34.86달러(3.38%) 내린 995.65로 마감됐다. 작년 12월22일 1000달러선을 회복했고 올해 들어 첫 거래일인 지난 3일에는 1200달러선 돌파를 넘보기도 했지만,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드라이브가 발목을 잡았다.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긴축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테슬라와 같이 현재보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이 크다고 평가되는 성장주에는 치명적이다. 미래에 벌어들일 수익을 현재가치(주가)로 할인하는 기준이 시장금리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시장금리는 빠르게 치솟고 있다. 작년 12월 초만 해도 연 1.3%대로 떨어지기도 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간밤 1.8270%로 마감됐다. 전일에는 연 1.8680%로 오르기도 했다.

미국 금융가에서 긴축 발언 경쟁이 붙으면서다.

최근 연준 인사들은 돌아가며 긴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연준은 아주 강력한 수단이 있다. 채권 매입 축소(테이퍼링)가 끝나는 대로 그렇게 할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 인사들이 발언을 내놓을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가자 미 금융가의 거물들이 긴축 발언 경쟁에 참전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6~7회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을 거론했다. 볼커 전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미국 기준금리를 연 18%까지 끌어 올린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다.

또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줄 필요가 있다며 “연준이 초기 금리 인상시 50베이시스포인트(0.5%포인트)를 올리는 깜짝 행보를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