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연세대 신촌캠퍼스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사회문제해결형 교육으로 ‘서북3구 지역사회문제해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배운 공학의 개념과 이론, 성과를 활용해 대학 인근 지역인 서북 3구(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의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솔루션을 찾는 교육이다.
한경희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 사회참여센터장(공학교육혁신센터 교수)은 “서북3구 지역사회문제해결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부가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해 대학 기본 역량 강화와 전략적 특성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세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에서 신촌과 미래캠퍼스 모두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7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한 센터장을 만났다.
프로그램 추진 배경은
“공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공학이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삶과 미래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연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섬김의 리더십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연구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지역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돼야 한다. 대학 교육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수 중심, 강의 중심의 정형화된 교육 패턴에서 학습자 중심, 현장 중심의 상호작용적, 협력적 교육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북3구 지역문제 해결 교육 프로그램은 이런 취지에서 비롯됐다.”
현재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
“크게 세 가지의 프로그램이 있다. 대표 프로그램은 공과대학의 전공 및 공통 교과목에서 진행되는 지역문제해결형 교과목이다. 건설환경공학, 건축공학, 도시공학, 전기전자공학과 등의 전공 교과에서 지역문제 해결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두 번째는 비교과 학생 활동프로그램이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더라도 동아리 혹은 팀 활동을 통해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할 솔루션을 탐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공과대학 차원에서 추진하는 지역 활동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서북3구 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의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학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공과대학에서 지역문제해결형 수업을 진행할 때 담당 교수들이 이런 유형의 수업이 갖는 취지와 특징을 잘 이해하고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전체 프로세스를 설계하도록 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들은 학기 중 3~4차례 함께 모임을 진행하며 각 수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공유하고 학생들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논의한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현장 활동에 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설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학기 말에는 학생 성과 발표회를 진행한다. 이때 학생들이 현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문제 해결 솔루션을 탐색하며 그에 관해 실제 지역 주민이나 사용자로부터 피드백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당 교수와 학생들은 필요할 경우 지역의 기관들과 연락을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크게 세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첫 번째, 사회와 지역의 관심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학생 중심의 능동적 학습을 구현할 수 있는 문제해결형 교육과정을 정착시켰다는 의의가 있다. 둘째, 이 수업에 참여하는 교수자 자신의 변화도 의미가 있다. 강의식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담당 교수 역시 학생들이 현장과 사용자의 의견을 듣도록 그리고 이해당사자나 사용자 관점의 피드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째,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성장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배우는 것 외에 직접 지역 현장의 이슈를 발굴하고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과 관련된 기술적, 사회적 이슈를 함께 직면하게 된다. 이 문제 해결이 갖는 복잡성을 바라보고 그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었나
“올해는 비대면 수업인 상황에서 어떻게 지역 문제 해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고 팀 모임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비대면 환경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나름의 솔루션을 찾는 것이 큰 이슈였다. 비대면 환경으로 얻은 것도 많다. 대표적으로 이전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비대면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노인, 장애인, 빈곤층의 문제와 비대면 사회에서 발생한 쓰레기 증가, 공간과 시간, 계층을 넘나드는 위험의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연세대가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을 꼽자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교육적 자산, 학제적 협력을 중시하는 교육 문화, 그에 대한 대학 차원의 지원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섬김의 리더십은 수업을 만들어가는 교수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배우고 익히는 모든 활동이 이 사회와 공동체의 발전과 이익에 선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대학 안에 다양한 학과가 있고 학제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학 차원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외부의 지원 사업이 없을 때도 연세대는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덕분에 교육과정 개혁이나 학생들의 참여가 더욱 활발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프로그램을 완성했나
“서북3구 지역문제해결 교육과정 구현은 몇 년 전부터 실행돼왔다. 연세대를 대표하는 섬김의 리더십을 구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무엇보다 구체적인 수업을 거쳐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학 본부와 교수진들 사이의 논의가 있었다. 이미 일부 수업에서는 그런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과대학의 경우 2019년부터 공과대학 차원에서 지역문제해결형 교육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학부와 대학원 수업에서 해당 과정이 시작되었고 매 학기 성과 발표회를 진행하게 됐다. 2019년 당시 연세대 총장과 서북 3구 구청장들이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도 프로그램 구축에 큰 힘이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연세대를 대표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됐다.”
프로그램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학교 차원은 물론이고 참여 학생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다른 수업과 달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여돼야 하지만 배우는 것이 많고 특히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는 점을 공통되게 이야기한다. 교수들도 수업에 들어가는 노력이 많지만 학생들이 얻는 보람을 보며 더욱 힘을 내고 있다.”
프로그램의 기대 효과는
“대학의 교육목적 중에 매주 중요한 것이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과 문제 해결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다루는 문제를 기술적 측면에 국한하거나 고립시키지 않으려면 문제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위치하는 영역의 다양한 사회적 집단과 그들의 이해관계,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에 대한 이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인적, 물적, 제도적 자원을 동원하고 배분하는 일을 잘 알아야 한다. 서북 3구 교육 프로그램은 그런 측면에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역량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서북3구 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두는 지역문제해결 교육과정이 핵심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사회 각 곳에 있는 사람들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과 담당 기관이 필요하다. 교육은 한 번의 행위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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