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무담보 대출을? 싱가포르 VD를 만나다 [데이비드 김의 이머징 마켓]

입력 2022-01-20 05:50
수정 2022-01-24 13:29
[편집자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창업자·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인터뷰 대담을 게재합니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전문가이자 인터뷰 고수로도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



2019년 문을 연 제네시스 얼터터니브 벤처스(Genesis Alternative Ventures)는 싱가포르계 민간 대출기관이다. 동남아시아 유망 스타트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벤처 대출 (Venture Debt, VD)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VD는 주로 스타트업에 저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고 대출액의 일부를 신주인수권으로 갖는 형태의 투자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금융 선진국에서는 활성화된 제도다.

이 회사 공동 설립자이자 파트너인 마틴 탕(Martin Tang)은 2007년 투자은행(IB)업계에 입문했다. 스탠다드차타드에서 근무하며 아시아권 은행과 보험사 경영진들에 IB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2년에는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에 입사해 기관투자가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동남아시아 기업 투자와 회수도 두루 도왔다. 2015년에는 DBS에서 VD 사업의 성장성을 눈여겨 보고 DBS벤처그로쓰파트너스를 설립, 4년 간 4000만달러 상당의 VD를 완료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IB 맨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DBS에서 일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VD 사업이 매우 유망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동남아에서는 스타트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창업자들이 VC들의 투자로 그들이 가진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막고 싶어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자료를 봐도, 지분투자 규모가 늘어날수록 VD 수요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대출펀드를 만드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벤처 대출의 장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VD는 VC가 투자한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이다. 우선 스타트업들이 투자로 인해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후속 투자를 받기 전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자본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대출 심사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도 증명할 수 있다."

벤처 대출은 어떻게 작동하나.

"벤처 대출은 원리금이 균등 상환된다는 점에서는 주택 담보 대출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대개 담보는 없다. 스타트업들은 담보물이 없는 게 당연하다. 상환에 있어서는 스타트업들이 가진 다른 형태의 대출이나 메자닌 대출보다 우선권을 가진다."

제네시스 얼터너티브 벤처스의 투자 철학은 무엇인가.

"우리는 동남아시아 중심의 대출펀드를 운용한다. 1호 펀드를 통해서 8500만달러 상당을 굴리고 있다. 분야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대신 투자하는 모든 기업에는 임팩트와 ESG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 시리즈A 이후 단계 기업들을 타깃으로 하며, 거래 당 약 200만~500만달러 안팎을 제공한다. 우리는 약 20여 개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재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사업 개발이나 지리적 확장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회사를 돕고 잉ㅆ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벤처 대출이 흔하지만, 아시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VD가 자리를 잡은지는 약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아직 '젊은' 편이다. 우리는 이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고, 그들로부터 배우면서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눈여겨보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수한 경제성을 갖춘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 리더십을 갖춘 창업자, 창업자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업 방향과 성장성을 나타내는 데 도움이 되는 기관투자가의 존재 등을 주로 본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동남아시아 벤처 대출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장기적인 목표는 저절로 해결 될 것이다."

<i>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 &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CEO Roundtable-Bridging Asia)', '아시안 인베스터스(Asian Investors)' 운영자.</i>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