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영업익 84% 껑충…실적 신기록

입력 2022-01-19 17:10
수정 2022-01-20 01:38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등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모바일 게임, 메타버스 등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반도체 패키징부터 테스트용 소켓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이들 기업이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표적인 TSMC 수혜주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매출 3731억원, 영업이익 1224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19일 밝혔다. 전년보다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84% 증가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후공정 관련 장비업체다. 규격에 맞게 절단된 반도체를 세척·검사하는 장비인 ‘비전 플레이스먼트’는 2004년 이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6월엔 반도체 패키지 절단 장비인 ‘마이크로 쏘’를 개발했다. 한미반도체는 그동안 반도체 패키지 절단 장비의 부품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마이크로 쏘 국산화로 연간 900억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제품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미반도체 매출의 90%가 시스템반도체에서 나온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격 변동폭이 큰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실적이 견조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의 주요 고객사가 대만 TSMC”라며 “TSMC가 올해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만큼 한미반도체 실적도 연동해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메타버스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장비인 ‘메타그라인더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용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용 안경에 쓰일 반도체를 연마하는 데 쓰이는 장비다.

증권가에선 올해 한미반도체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출은 4367억원, 영업이익은 1408억원 수준으로 시장 컨센선스가 형성돼 있다. 자율주행차·AI 성장도 호재 반도체 테스트 장비 업체인 리노공업의 작년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2766억원, 영업이익 1141억원이다. 2020년보다 매출은 약 37%, 영업이익은 약 46% 늘어난 수치다.

리노공업도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성장 덕에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리노공업은 시스템반도체 검사용 핀과 소켓을 제조한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비메모리 산업은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AI)산업, 5세대(5G) 통신망 확대 등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리노공업은 높은 기술 경쟁력과 빠른 고객사 대응 능력으로 글로벌 비메모리 기업과의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익IPS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원익IPS는 반도체 웨이퍼(원판) 위에 필요한 물질을 정밀하게 입히는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PE CVD) 분야 강자로 통한다. 특히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으로 진입할수록 해당 장비가 더 많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세공정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원익IPS로부터 구매하게 될 장비의 수요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