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밴드 '악단광칠'의 살풀이, 세계를 휘젓다

입력 2022-01-19 17:27
수정 2022-01-19 23:48
황해도 무가(巫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국악밴드 악단광칠(사진)이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서 펼친 온라인 공연 영상이 19일(한국시간) 공개됐다.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음악인들이 서재, 사무실 등에서 약 20분 동안 공연한 영상을 SNS에 올리는 프로그램. 2008년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인 밥 보일런이 처음 기획했고, 친숙한 무대 구성 덕분에 입소문을 탔다. 콜드플레이, 아델, 스팅,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거쳐갔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651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공연 플랫폼이다.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9월 출연한 공연 영상은 조회 수가 4300만 회에 이른다.

악단광칠의 이번 공연은 세계 각지의 전통음악을 소개하는 ‘글로벌 페스트(Global FEST)’가 NPR과 협업해 마련한 공연 시리즈 ‘타이니 데스크 밋츠 글로벌 페스트’ 중 하나다. 글로벌 페스트는 18~20일 악단광칠을 비롯해 멕시코의 마림바앙상블팀 ‘손 롬페 페라’, 레바논의 ‘베두인 버거’ 등 10팀의 영상을 연달아 선보인다. 프랑스 출신 싱어송라이터로 콩고 룸바 등을 부르며 그래미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앙헬리크 키조가 사회를 맡았다.

악단광칠은 국내에서 촬영해 보낸 공연 영상에서 ‘히히’ ‘노자노자’ ‘맞이를 가요’ 등 2020년 발매한 정규 2집 ‘인생 꽃같네’의 수록곡을 연달아 불렀다. 당초 뉴욕 웹스터홀에서 대면 공연도 함께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됐다. 악단광칠의 리더 김약대는 “2020년 뉴욕타임스 리뷰 기사에 우리가 소개돼 큰 기대를 안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이 취소됐다”며 “온라인 공연으로나마 세계 팬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악단광칠은 2015년 정가악회에 모인 김약대(대금), 이만월(피리·생황), 그레이스 박(아쟁), 원먼동마루(가야금), 전궁달(타악), 선우바라바라밤(타악) 등 국악기 연주자 6명과 3명의 소리꾼(홍옥, 유월, 명월)으로 결성된 국악밴드다.

2017년 황해도 지방 무속요를 각색해 첫 음반 ‘악단광칠’을 냈을 때 반응은 차가웠다. 무명인 데다 가락이 낯설어서다. 2019년 네이버 온스테이지 채널을 통해 선보인 황해굿 ‘영정거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영정거리의 유튜브 조회 수는 19일 현재 133만 회를 넘었다. 흥행 가능성을 확인한 악단광칠은 2020년 2집을 내고 해외 투어에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벨기에 영국 스페인 등 유럽 투어를 했고, 11월에는 3주 동안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LA), 뉴저지 등을 도는 미국 투어를 마쳤다.

김약대는 “미국 투어 당시 해외 관객들에게도 국악이 통한다는 걸 발견했다”며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영상을 통해 더 많은 세계 관객들이 국악을 감상하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