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넨바이오 "돼지장기, 연내 사람에 이식"

입력 2022-01-19 16:53
수정 2022-01-27 15:36
국내에서도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장기 이식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임상에 나설 계획인 데다 정부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어서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것을 계기로 이종장기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전자 가위, 무균돼지…돌파구 마련국내에서 이종 이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이다. 인간의 장기와 크기가 가장 비슷한 돼지가 주요 대상이었다. 하지만 돼지는 인간에게 없는 바이러스(레트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어, 사람에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데다 면역거부반응이 심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유전자 가위 기술과 무균돼지 기술이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유전자의 일부를 가위로 잘라내듯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여러 연구진은 이 기술로 돼지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제거해 감염 문제를 해결했다. 제넨바이오·옵티팜 임상 나서국내 기업들도 이종장기 이식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무균돼지를 이용해 국내 업체 중 최초로 사람을 대상으로 이종 이식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유전자 조작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에게 유해할 수 있는 병원균과 바이러스 등을 모두 제거한 무균돼지를 쓴다. 제넨바이오 관계자는 “무균돼지에서 추출한 췌도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이식 임상을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으며 올 하반기 임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계획대로 하반기 임상에 들어갈 경우 사람 대상의 세계 최초 이종 간 췌도세포 이식이 될 전망이다.

췌도세포는 우리 몸에서 인슐린을 합성하는 세포다. 췌장 안에 있는 췌도에 문제가 생긴 게 제1형 당뇨병이다. 제넨바이오의 이종장기 이식 임상을 맡은 박정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췌도세포 이식으로 제1형 당뇨 환자들이 인슐린 주사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췌도세포가 종양을 만들지 않으며 돼지에 있는 레트로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를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실험 데이터를 작성해 7월까지 식약처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옵티팜은 올 하반기 영장류에 돼지 췌도세포를 이식하는 전임상시험에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전임상에 앞서 영장류 3~4마리에 돼지 췌도세포를 이식해 예후를 평가한 뒤 하반기엔 8마리를 대상으로 전임상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식약처는 이종장기 임상 지원에 나섰다. 식약처는 오는 5월까지 이종장기 임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뒤 전문가 자문단을 통해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는 것은 시장이 커진다는 신호”라며 “이종 이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식약처의 태도가 바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장기 대체품 연구개발도 활발이종장기보다는 비교적 걸림돌이 적은 ‘인공장기’ 연구도 활발하다. 동물의 장기 대신 실험실이나 공장에서 만든 대체품을 이식한다는 방안이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차원(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연골을 대체할 수 있는 지지체를 개발하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이식하는 성과도 냈다. 지난해 8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귀 재건 수술에 필요한 연골에 해당하는 부분을 티앤알바이오팹이 3D 프린팅으로 만들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유사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장질환 환자를 위한 장 오가노이드 개발 진도가 가장 빠르다. 환자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장 세포를 만들고, 장의 구조까지 재현했다. 올 상반기 임상 1상 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우상/최지원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