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급진전 속에 그린·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변화와 전환의 시대에는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노동시장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평생 배움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 교육 중심인 현 교육 체제를 평생학습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역량은 30대 이후 급속히 하락하기 시작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밑도는 양상을 보인다. 성인기 역량의 급속한 감가상각은 학습 부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의 평생학습 참여율(25~64세)은 50%로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 34개 국가 중 17위에 해당한다. 직업 관련 평생학습 참여율로 따져보면 순위는 20위까지 떨어진다.
평생학습이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취업자의 경우 시간 부족으로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압도적이다. 이런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정책 수단으로 장기유급휴가훈련제도가 꼽힌다. 이 제도는 재직근로자에게 유급으로 직업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기 휴가를 부여하고, 이를 도입한 사업주에게 임금과 훈련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장기간 교육훈련을 떠난 재직자의 빈자리를 실업자로 대체하면 일자리 창출 기회도 마련된다. 이 시스템은 덴마크에서 1980년대 말 처음 도입된 이후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우수 모델로 선정돼 유럽 여러 나라로 확산됐다. 덴마크에서 관련 제도가 활성화됐을 때 대체고용된 실업자 수는 전체 실업자의 3%에 달했다. 현재도 덴마크의 적극적 노동 정책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기업과 재직자, 실업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에서 윈-윈-윈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재직자의 경우 일정 재직 기간(20년가량) 이후 비교적 장기(최대 1년가량)의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에 직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고용 안정성과 승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실업자의 경우 업무 경험을 통해 고용 가능성이 커진다. 업무 경험 자체가 보다 효과적인 교육훈련이기도 하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네트워크가 취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은 생산 차질 없이 종업원에 대한 교육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재직자의 빈자리를 차하위 재직자가 메우는 식으로 해서 신입사원의 일자리를 비워두고 청년층이 대체 고용되도록 하면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청년고용 문제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덴마크 사례처럼 이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3만 명의 청년에게 업무 경험 기회가 주어진다. 매년 SK하이닉스 규모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셈이다. 많은 중장년이 장기 학습 기회를 얻고 청년들이 일할 기회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대가 상생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상생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저출산·고령화의 급진전 속에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다시 반등하기 위해서도 평생학습 사회 구축을 위한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 과감한 예산 투자가 절실하다. 그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장기유급휴가훈련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