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공개(ICO)를 허용할지 말지, 허용한다면 어떤 규제를 적용할지를 놓고 각국의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ICO벤치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된 세계 ICO 프로젝트는 5738건이며 미국(717건) 싱가포르(587건) 영국(514건) 러시아(328건) 에스토니아(301건) 등이 주 무대다.
암호화폐는 기능에 따라 지불형, 유틸리티형, 증권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은 토큰 유형에 상관없이 ICO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증권 성격을 띠는 암호화폐의 ICO라면 기업공개(IPO)와 같은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시가총액 8위 암호화폐 리플의 경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절차를 어기고 발행한 무허가 증권”이라고 판단해 소송을 내는 등 철퇴를 가한 사례다. 프랑스는 기업성장변화법(PACTE)에 따라 ICO를 양성화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4~5년 전 유행한 전통적인 ICO를 대신하는 새로운 유형의 자금모집 방식도 보편화했다. 거래소공개(IEO)와 탈중앙화거래소공개(IDO)가 대표적이다. IEO는 개발사가 발행한 코인을 암호화폐거래소가 위탁 판매하는 형태다. 거래소가 1차 검증을 맡는 것은 장점이지만, 거래소 이익에 도움이 되는 코인 위주로 상장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IDO는 디파이(DeFi)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탈중앙화거래소(DEX)에 코인을 올려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 방식이다.
국내 업체들은 코인 발행과 공개를 위해 싱가포르, 스위스 등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해외에 재단을 설립하고 인건비, 행정비용 등을 충당하는 데 통상 투자금의 15~20%를 소진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블록체인업체 소셜인프라테크의 전명산 대표는 “스위스에 재단을 설립하려면 현지 은행에 10억원을 예치해야 하고 회계·법무비용으로 매년 1억원 이상이 든다”고 했다. 그는 “국내 ICO를 허용하면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증권거래법, 자본시장법같이 IPO에 준하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 이후면 몰라도 현재의 규제 공백 상태에서 ICO를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유사수신, 돌려막기, 폰지사기 등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현우/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