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무사시험 특혜 논란…'공정 시비' 왜 이리 잦은가

입력 2022-01-17 17:27
수정 2022-01-20 17:44
세무공무원 우대로 과도한 봐주기라는 시비가 일었던 세무사시험이 결국 헌법재판소로 갔다. 2021년도 세무사시험 응시자 256명이 어제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 따르면, 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시험 운용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시험 응시자들의 문제 제기에는 주목할 만한 심각한 대목이 있다. 2차 시험의 4개 과목 중 하나인 ‘세법학 1부’에서 ‘과락’(40점 미만) 탈락자가 82%에 달했는데, 세무공무원 출신 다수가 이 과목을 아예 면제받은 것이다. 세무공무원 20년 이상 경력자나 10년 이상 근무자 중 5급 이상 경력이 5년이 넘으면 세법학 1·2부 과목을 면제해주는 우대 규정 때문이다. 일반 응시자의 82%가 과락에 걸려 탈락한 과목을 세무공무원은 자동으로 통과한 것이다. 더욱 묘한 것은 4개 과목 평균점수 순으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경력 세무공무원이 면제되는 과목이 유난히 어렵게 출제됐다. 이 과목 면제자는 평균 점수가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으니 혜택을 이중으로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합격자 중 2차 과목 일부 면제자 비율이 2016~2020년 1.2~4.8%를 오르내렸으나 지난해 21.4%로 급등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헌재 심리가 시작되고, 시험 실무를 담당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한 감사도 진행되고 있어 속단은 이르다. 하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공인 시험이 이런 공정 시비에 휘말린 끝에 헌법소원까지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제는 심각하다. 오래 준비해 세무사 시험을 치른 일반 응시자 3962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래 ‘공정 시비’ ‘불공정 논란’이 부쩍 늘어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급작스런 정규직화로 노노 갈등을 촉발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조국 자녀 특혜 의혹’ 등을 거치면서도 논란만 분분했다. 공정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에서 불공정 시비가 오히려 더 잦았다는 지적도 주목할 만하다.

공정 문제에 관한 한 입시와 국가공인 자격증은 한국 사회의 최후 보루요, 마지노선이다. 수능시험 한 문제의 오류로 어떤 일이 빚어졌나. 그런데도 세무사라는 자격시험에 노골적 봐주기가 있었다면, 한국에서 공무원은 도대체 어떤 자격증인가. ‘상식’을 넘는 우대가 문제라면 변리사 관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등의 공무원 시험면제 규정까지 다 손봐야 한다. 이번 헌법소원에서 일종의 피고인 격인 피청구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라는 사실에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