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7일 16: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편의점업계 5위업체인 미니스톱을 품는다. 2018년 인수를 두고 단독협상에 나섰다 무산된지 4년여만에 재도전해 신세계그룹을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 이번 인수로 편의점 '빅3'를 공고히하는한편 4위인 이마트24의 추격에서도 격차를 벌리게 됐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 이온그룹과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롯데그룹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진행된 미니스톱 매각 본입찰에는 이마트의 자회사인 이마트24와 넵스톤홀딩스 컨소시엄 등 3곳이 경합했다. 롯데그룹은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의 인수가격으로 3000억원 대를 제시해 2000억원대에 그친 나머지 두 곳보다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롯데는 이번 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국내 편의점 내 선두권 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GS25와 CU의 점포 수는 1만5000여개, 세븐일레븐은 1만1173개다. 2603개인 미니스톱 매장을 더하면 세븐일레븐은 총 1만3776개 매장을 갖게 된다. 1·2위와의 격차를 기존 4000여개에서 2000개 안팎으로 줄이게 됐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점포 수가 규모의 경제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점포 수가 많을수록 입점업체와의 협상력이 커지고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매출과도 직결된다.
동시에 이번 인수로 경쟁사인 이마트24(점포 수 5800여개)와의 격차도 벌이게 됐다. 롯데 입장에선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이마트24와 3위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에 처할 수 있었던 만큼 '방어' 측면에서도 전략적 선택을 내린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로서는 신세계가 미니스톱을 품었을 경우 빅3 경쟁에서 이탈하고 동시에 3위 자리까지 위협받는 가장 나쁜 경우의 수에 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 편의점 망을 e커머스 업체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만나는 라스트마일 배송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롯데그룹이 이번 인수에 '베팅'한 배경이다. 롯데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와 편의점 등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통해 각 점포에서 배송과 제품 픽업 등을 가능케 했다. 롯데마트 일부 매장과 슈퍼 점포는 영업을 하지 않는 도심형 물류센터 ‘다크스토어’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점포 내 즉석조리식품을 판매하는 미니스톱은 중대형 매장을 많이 갖고 있어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 유리한 것으로 점쳐져왔다.
이온그룹 입장에서도 3000억원대 매각가를 사수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거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온그룹은 2018년에도 미니스톱 매각을 한 차례 추진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PEF운용사인 글랜우드PE가 막바지까지 경합했지만 매각 측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차준호 / 박시은 / 노유정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