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급망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초기보다 더욱 심하게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대신 코로나19 확진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경제활동을 억누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봉쇄 조치가 세계 공급망을 더욱 질식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공급망 차질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을 더욱 끌어올려 스마트폰에서 가구까지 다양한 제품군의 생산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둔 다국적기업들에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기업들이 팬데믹 초기에 비해 공급 차질에 얼마나 잘 대비해왔는지 시험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급망 컨설팅업체 세라프의 앰브로즈 콘로이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설 연휴, 다음달 시작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모두 합쳐져 ‘퍼펙트스톰’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들이 단기적 봉쇄에 잘 대비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 주 동안 광범위한 폐쇄는 파괴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안은 봉쇄 3주차에 접어들었다. 시안에 거주 중인 1300만 명은 대부분 ‘자택 감금’ 상태다. 수도 베이징에서 100㎞ 떨어진 항구도시 톈진에서는 모든 시민이 의무적으로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 공장이 있는 허난성, 홍콩과 근접해 있어 제조공장이 많은 광둥성 중산과 주하이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선전에 있는 한 대만 제조업체 임원은 “중국 남부 제조업 중심 산업단지에 대한 당국의 봉쇄 조치가 2020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디디에르 체네보 파트너도 “공급망 위험에 대비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가 더 심각하다”며 “운송은 상당히 지연됐고 원자재와 부품 부족 문제도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핵심 재고를 늘렸다’고 답한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60%에 그쳤다. 생산 시설을 분산하는 ‘듀얼 소싱’ 조치를 한 기업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뉴욕타임스도 “세계 제조공장의 3분의 1이 자리잡고 있는 중국에서 작업장 폐쇄 조치가 계속되면서 공급망 적체 문제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이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트럭 운송회사나 물류창고들이 직원들의 자가 격리 등으로 더 많은 일손 부족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한 물류회사에 따르면 중국 공장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의 배송 시간은 이달 초 기준 113일로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