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대표 "금리 올라도 미래사업 자금조달 이어질 것"

입력 2022-01-17 15:08
수정 2022-01-17 15:09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부사장·사진)는 작년 기업 주식 발행의 급격한 증가 배경과 관련해 “체력을 유지하면서 신사업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긍정적이고 유연한 시각이 과거 ‘비우량 기업의 연명 수단’이라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해 기업금융(IB) 서비스 목표를 “기업 성장을 선도하는 플랫폼 플레이어”로 제시했다. 단순 자금 조달 지원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과 시장 흐름을 읽고 기업의 성장을 종합적으로 뒷받침하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윤 대표가 이끄는 IB 사업부는 작년 마켓인사이트 리그테이블 주식발행시장(ECM) 대표주관 1위, 채권발행시장(DCM) 2위로 수년째 한국 IB 시장 선두 지위를 지키고 있다.

금리 상승 전망이 대세인 올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전략과 관련해선 “적시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시장 변화를 예단해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등 주식 발행 시장이 유난히 뜨거웠다.

“그동안 유상증자는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란 이미지 때문에 기업들이 꺼렸다. 요즘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부채로만 조달하면 재무 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에 주식을 발행하는 것도 선택의 하나로 여긴다. 세상이 예측하는 것보다 더 빨리 움직이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변화에 적응하려면 유연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

▷작년 사상 최대였던 IPO 시장은 올해도 활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나.

“지난해 상반기는 투자자들이 물불 안 가리고 들어오는 시장이었다면, 하반기엔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올해는 시대 흐름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잘 갖춘 회사와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주관사 관점에선 고객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주가가 중요해 보인다. 상장 뒤 주가가 많이 빠진다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시장금리가 올라 회사채 발행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우량 기업 관점에서 사업을 하는데 회사채 이자도 내기 힘든 아이템이라면 투자하지 않는다. 조달한 자금으로 5% 또는 10%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라면 연 2%대 회사채 발행금리가 0.25%포인트, 0.50%포인트 더 오른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신용등급 BBB급 이하 기업들은 이자 비용 부담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 중소기업들의 조달 환경은 어떻게 보나.

“코스닥 상장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전환사채(CB)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CB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제한하는 규제 신설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이 막히거나 훨씬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자금 조달을 준비하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기업의 자금 담당 부서는 돈을 필요로 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이를 구현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금리가 연 10%여도 시장을 예단하지 말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면 된다. 적시에 필요한 금액을 조달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금리 예측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NH투자증권 IB사업부가 앞으로 지향하는 영업 모델은.

“기업 성장을 선도하는 플랫폼 플레이어가 되는 게 목표다. 고객을 만나면 수수료나 금리 얘기보다 산업 사이클, 시장의 흐름과 전략을 얘기해야 한다. 그런 다음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어떤 전략이 좋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신사업에 진출하려면 회사를 인수하는 게 빠르니 좋은 기업을 소개해주겠다’는 식의 제안도 가능해져야 한다. 이런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부서들 간 정보 교환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특히 주목하는 기업금융 관련 사업 영역이 있다면.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인수) 사모펀드(PEF) 시장이다. PEF 운용사들이 갖고 있는 자산(기업)이 많아졌다. 기관투자가에 원금과 수익금을 돌려주기 위해 엑시트(exit·자산매각) 거래가 많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올해는 다이내믹한 시장이 될 것이다. NH금융그룹의 강력한 자금 지원 서비스를 무기로 외국계 증권사가 독식해온 매각·매수자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볼 생각이다.”

이현일/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