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주요 대기업에 대거 서한을 발송해 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원종현 국민연금공단 수탁위 위원장(사진)은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 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기업들에 확인서를 더 보낼 것”이라며 신세계와 HDC현대산업개발을 겨냥해 “총수의 개인 발언, 신축 아파트 붕괴 등에 따른 주가 하락도 서한을 발송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16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서한은 주주대표소송을 위한 사전 행보가 아니라 단순한 확인 요청 수준”이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주주대표소송 서한’은 실제로 있지도 않은 단어”라고도 했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위는 최근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등 주요 그룹 상장 계열사와 주요 건설사 철강사 등에 서한을 발송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이 상당수 포함됐다.
원 위원장은 “이번에 확인서를 보낸 건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며 “주주로서 각종 사건이 있는 회사들의 정보를 제대로 알고자 확인해달라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원 위원장이 ‘타이밍’ 얘기를 한 건 다음달 열리는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주주대표소송 주체를 기존의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위로 바꾸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수탁위가 안건 통과를 자신하고 벌써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원 위원장은 “이번 확인서가 주주대표소송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라면서도 “기업들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를 책임지는 운용본부는 기계적으로 주주대표소송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지만, 수탁위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덧붙였다.
원 위원장은 앞으로 논란이 있는 기업들에 확인서를 더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총수의 SNS에 올라온 댓글 하나에 주가가 휘청거리고, 건설 중인 건물이 무너지는 등의 사안도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해당 기업에 확인서를 보내 정보를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