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이사회가 속속 정치권 출신 인사로 채워지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30일 신임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를 임명했다. 임기가 종료된 박정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후임으로 뽑힌 김 신임 이사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사, 한국문화진흥주식회사 비상임감사,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등을 지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으며 19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김 이사 임명으로 정치권 출신 예보 임원은 무려 4명으로 늘었다. 앞서 임명된 박상진 상임이사와 선종문 사외이사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경력이 있고 이한규 감사도 민주당 정책실장을 지낸 인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사외이사나 감사 등 일부 자리에 정치권 출신 인사가 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4명씩이나 무더기로 내리꽂는 건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무리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자산관리공사(캠코)도 최근 내부 반발을 무시한 채 비(非)전문가를 임원으로 임명해 내홍을 빚고 있다. 캠코는 지난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원호준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캠코는 이에 대해 “(원 신임 이사는) 공공 부문과 산업 기술의 접점에서 활발한 대내외 소통으로 혁신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원 이사는 기업 부실채권 인수, 취약 기업 구조조정, 해양금융 등 업무를 총괄하는 기업지원본부장을 맡을 예정이다.
그러나 캠코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캠코 노조 관계자는 “누가 봐도 상식 밖의 인사”라며 “출근 저지 및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형 뉴딜펀드의 운용을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에서도 관련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비전문가를 앉히려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관련 경력과 자격증이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 인사가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으로 내정됐다가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면서 해당 후보자가 최종 임명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