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박2일간의 강원 방문 중 슬로건으로 ‘평화가 곧 경제’를 내걸었다. ‘주적은 북한’과 ‘대북 선제 타격’ 등으로 안보 이슈를 선점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평화경제론’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이 후보는 16일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강원지역 공약을 내놨다. 그러면서 “강원도야말로 분단 70년 남북 대치 상황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른 지역”이라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선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래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와 관련이 없고 남북 간에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결단하기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된 뒤 중단됐다.
이 후보는 “한반도 평화는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라고도 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시작된 민주당 정부의 대북 평화정책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주적은 북한’ 등 안보 관련 발언에 대해선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저격했다.
이 후보는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고, 전쟁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며 “남북이 갈등과 대결 국면보다 평화와 공존, 협력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곧 우리 경제를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맥락에서 강원도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평화를 통한 남북 경제협력’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법을 제정해 강원도를 평화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왕래와 교역의 절차를 간소화해 남북 경제협력과 공동 자원 개발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통일에 대해선 “통일을 단기적 직접 목표로 하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사실상의 통일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헌법이 정한 통일에 이르는 길”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통일부 명칭에 대해서도 남북협력부, 평화협력부 식으로 이름을 정해 단기 목표에 충실한 것이 장기적인 통일을 이루는 현실적인 길이라는 논의가 있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는 SNS를 통해 “정보공개와 검증이 생략된 일본의 방출 계획은 과거사, 영토 문제에 이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도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산 수산물 방사능 조사를 강화하고 국제 안전관리 제도인 ‘허용물질 목록관리제도’를 도입해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했다. 현재도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에서 나오는 수산물은 수입은 금지되지만 나머지 지역의 경우에는 방사능 물질이 일정 기준 이하면 수입이 가능하다.
이 후보는 경제인들과의 만남 등 친기업·친시장 행보로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코로나19 위기 극복, 4차 산업혁명, 규제개혁, 청년 일자리 등을 주제로 두 시간가량 대담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조만간 ‘이재명TV’를 통해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