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미국 조지아공대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승우 조지아공대 교수진과 전고체 배터리 관련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로 용량을 늘리면서도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다. 화재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KAIST와 공동으로 이온전도도를 기존 제품보다 100배 향상시키면서 고무와 같은 신축성을 갖춘 고분자 고체 전해질을 개발한 관련 분야 석학이다. 이온전도도는 배터리 내부에서 이온이 얼마나 잘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배터리 성능이 좋아진다.
고체 전해질의 신축성이 뛰어나면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 나뭇가지처럼 뾰족하게 자라나는 ‘덴드라이트’로부터 전해질이 손상되지 않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간 이온전도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고체 전해질 개발의 난제 중 하나로 꼽혔다. 이 교수가 개발한 고분자 고체 전해질이 업계의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기술이 사업화에 성공하면 전기차 주행거리가 1회 충전 기준 500㎞에서 800㎞로 늘어날 것이라고 SK 측은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적극적인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SK는 지난해부터 미국 솔리드파워, 2020년부터 노벨상 수상자인 존 구디너프 텍사스대 교수진과 협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경쟁사도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보유한 리튬이온배터리 제조 공정을 활용해 2026년까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SDI는 2027년까지 한번 충전에 900㎞ 주행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 등도 강력한 경쟁상대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