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고차 시장 개방도 대선 이후로 미룬 정부

입력 2022-01-16 17:11
수정 2022-01-17 00:33
“보완 작업을 거친 뒤 오는 3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주말을 앞둔 지난 14일 중고차 판매업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심의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심의위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점을 감안해 최신 데이터로 보완한 뒤 차기 회의에 제출해줄 것을 중기부에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해관계자 간 공정성을 위해 심의위원 신원과 장소까지 비밀에 부쳐 진행한 심의로 보기엔 아쉬운 결과였다.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이슈는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2월 일부 중고차 단체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신청한 뒤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업계는 3년 가까이 갈등을 겪어왔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반면 완성차 업체는 소비자 후생 개선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중고차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는 수입차 업체와의 형평성 등을 문제삼으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당시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권한이 있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중기부는 지정 심의 시한인 2020년 5월을 넘겨 이제껏 결정을 미뤄왔다.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대기업의 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재로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가 발족됐지만 상생안 도출에 실패했다. 거듭된 중재 실패 속에 작년 말 정부가 심의위를 열겠다며 기대를 모았지만 상황은 전혀 변한 게 없다는 평가다.

자동차 업계는 양측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 가운데 정부 및 심의위가 최종 결정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자동차 관련 단체는 “양측이 수년간 협의하며 공개한 각종 자료가 있는데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결정을 미룬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은 보통 심의위로 회부되면 한 번의 심의로 결과가 나온다”며 “중고차 매매업은 이례적인 사례”라고 했다.

심의위가 3월 이후로 결정을 미룬 데 대해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차기 정부로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의위 판단이 표류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장기간 제한되는 것은 물론, 대기업만 역차별당한 꼴”이라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