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개편, 대선 전까지 보류해야"

입력 2022-01-16 16:41
수정 2022-01-17 08:4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 위)는 16일 국민연금기금이 주주대표소송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내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대선 전까지 일단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아래)는 “기금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기관 투자자 역할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여야 후보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사안이 대선의 주요 정책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윤 후보와 이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회(선거대책본부)는 16일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의 주체를 내부 기금위에서 민간이 중심이 된 수탁자책임전문위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후보 견해를 묻는 한국경제신문의 요청에 대해 이같은 공식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국민연금기금은 향후 20여년간 기금규모가 두배 이상 증가할 예정인 상황”이라며 “기관투자가로서 책임성을 높인다는 것의 취지는 매우 좋지만 지나치게 힘이 집중된 데서 오는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은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탁자책임전문위로 변경하는 방안은 일단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선 후 국민연금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후보는 “가입자의 이익이 최대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기금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편 방안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여야 대선 후보가 자본 시장의 주요 이슈에 대해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연금이 다음달 기금위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기관 투자자로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하지만, 재계는 “국민연금이 주도하는 주주대표소송이 남발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개편안에 대한 입장이 ‘1000만 동학개미’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투자자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후보 측이 다소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 상대적으로 선명한 입장을 낸 것은 동학개미들의 민심이 우호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전언이다. 윤창현 의원(정책본부 경제본부장)은 “국민연금기금은 이미 국내 자본시장에서 ‘연못 속 고래’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 항상 옳은 결정을 할 수는 없고 실수를 할 수도 있는데, 이로 인한 수익률 하락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오랜 기간 주식 투자 경험을 앞세워 기관투자가 역할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가 이 사안을 두고 다소 중립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기금위 결정에 대한 찬반 입장을 유보하면서 “가입자 이익이 최대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판단하면, 기금위 결정을 존중하겠다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수익률 하락 등으로 가입자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면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과거 기본소득,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주요 핵심 공약을 발표한 후에도 민심에 따라 번복하고 수정하는 경우가 잦았다. 성상훈/오형주/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